다시 찾은 인천 개항로 거리를 걸어봅니다.

이제는 인천이 짜장면과 쫄면의 원조 도시라는 걸 모르시는 분이 없을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인천은 국수(면)의 도시입니다.

길고 쫄깃한 식감으로 서민의 입맛을 돋우고 주린 배를 채워주던 짜장면과 공부에 지친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날려주던 매콤달콤 쫄면. 짜장면과 쫄면 말고도 인천은 냉면으로도 유명합니다.

냉면의 원조는 북한이지만 남과 북이 갈라진 이후 실향민들이 대거 정착한 인천은 냉면으로 유명합니다. 일제강점기 소설가 채만식의 장편소설 태평천하를 보면 지주 윤직원 영감이 사랑하는 연인을 데리고 경인선 기차를 타고 인천에 와 냉면을 먹는 장면이 등장할 정도입니다.

 

인천이 국수 요리가 발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수는 단순하고 간결한 음식이지만 인류 문명사를 살펴보면 길고 끈끈한 모양새처럼 서로 다른 문화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온 음식 이상의 문화 전파자이기도 했습니다.

동아시아의 국수 문화가 유럽으로 전파되어 거친 빵밖에 없었던 유럽의 음식 문화에 일대 혁명을 이뤄내기도 했답니다. 유럽 문화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에 국수가 전파되며 스파게티와 마카로니가 탄생했습니다. 중국과 한국, 일본은 서로의 국수 요리가 주거니받거니 영향을 줍니다. 물론 국수의 변모에는 한중일 3국의 노동자들의 이동과 관련이 있기도 합니다. 짜장면, 짬뽕, 오키나와짬뽕이 이주노동자들을 따라 탄생하게 됩니다.

인천은 조선 봉건왕조가 서방 근대문화에 문을 연 개항 도시였습니다. 즉 전 세계의 다양한 문명과 문물이 들어오는 관문이자 서로 뒤섞이는 국제도시였죠. 바로 인천이 국수 요리가 발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문명을 이어주고 섞어주는 개항도시 국제도시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 음식이 바로 국수였던 거죠.

 

 

인천 개항로, 윗세대 분들은 싸리재라 불렀던 거리에 국수의 도시 인천의 의미를 되새기는 국수 전문점을 찾아가보려 합니다. 바로 개항면이라는 국수 전문점입니다.

개항면이 입점한 건물은 외관부터 근현대산업 유산의 흔적을 온존히 보존하고 있습니다. 1972년 의원건물로 건축된 이 건물은 파충류를 파는 가게가 있기도 했는데요 한진규 쉐프를 만나면서 온수면 전문점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개항면의 국수는 사골국물 국수라는 게 특징입니다. 진한 사골 육수뿐만 아니라 국수는 우리나라 최초로 쫄면을 탄생시킨 광신제면소에서 직접 뽑아낸 국수를 사용합니다.

개항면의 온수면을 먹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닌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음미하는 행위인 셈인 것이지요.

인천의 개항의 역사와 근현대산업문화유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개항면으로 아니, 우리가 몰랐던 국수의 세계로 들어가보시죠. 감히 말하건데 국수는 인천의 자존심입니다. 얌얌∼∼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

 

인천 개항장 근현대 문화 유산 뉴트로 스토리텔링 [뉴트로 인천봤씨유]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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