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하여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문제들뿐만 아니라 갈등이 발생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문제들과 갈등은 새로 발생한 것이 아니고, 이미 계속해서 있어왔던 것이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민낯을 드러내고 가속화, 심화되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방아쇠, 즉 트리거 역할을 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포비아(phobia)'는 어떠한 상황 또는 대상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혐오하는 것을 뜻하며, 병적인 공포증 또는 혐오증을 의미한다고 한다. 실제로는 객관적으로 위험하지도 않고 불안하지도 않은 상황이나, 대상을 필사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증상을 말한다. 이러한 포비아에는 고소 공포증, 밀실 공포증, 광장공포증, 곤충 공포증 등이 있다.

코로나19 초기 중국인에 대한 공포와 혐오인 시노(sino)포비아가 나타났고, 한국인에 대하여도 코리아포비아 등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팬데믹 상황속에서는 이러한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위험과 불안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혐오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할수 있다고 하므로, 전보다 더 눈을 크게 뜨고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보고 판단을 해야 한다.

팬데믹은 계속될 것이고, 반복될 것이기에, 부당한 차별, 이유없는 혐오, 공포, 증오는 역시 지속적으로 발생될 가능성이 높고, 종국적으로 피해자는 우리 자신이 될 수밖에 없다.

인간에게는 어떤 대상을 뚜렷이 구별되는 극과 극, 두 집단으로 나누려는 이분법적 '간극본능(The gap instinct)'이 있다고 한다. 이런 '간극본능'은 언론이나 정치 등에서 부추겨 더욱 증폭되고, 요즘은 SNS를 통해 더욱 확대되곤 한다.

더욱이 '간극본능'에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을 선호하는 '부정본능'과 왜 나쁜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비난본능', 그리고 세상을 단순화 해서 보려는 '일반화본능' 등이 결합되면, 해결불가능하고 화해불가능한 상황을 초래할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주변 환경이나 상황 때문이라고 여기는 것은 상황적 귀인, 성격이나 품성 및 기질 탓으로 돌리는 것은 기질적 귀인이라고 한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상황적 귀인을 하는 반면, 타인에 대해선 기질적 귀인을 하는 경향과 본능이 있다고 한다. 결국 내 문제는 '세상 탓'이지만, 남의 문제는 '사람 탓'이라는 것이고, 이는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행위자이므로 행위에 가해진 상황적 제약에 대해 잘 아는 반면, 다른 사람의 문제는 자신이 관찰자에 불과하므로 상황적 제약에 대해 알기 어려워, 사람 탓을 한다는 것이다. 부부싸움도 이러한 귀인오류에 의해 발생한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이 강화될수록, '느낌'이나 '본능'이 아니라 데이터와 사실에 근거해 생각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포비아'와 대조적으로, 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그러한 바람이 쌍방적이면서도 그러한 상태를 쌍방이 인지하고 있는 품성상태, 즉 친구나 동료, 인간에 대한 사랑, 사회적 공감이나 교감 따위를 의미하는 '필리아(philia)'라는 용어가 있다고 한다.

포비아가 아니라 필리아가 필요한 시기이다!

신뢰와 인권을 바탕으로 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 연대만이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윤대기 인천시 인권위원장·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