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 코로나19 재난이 사회 전반의 뿌리를 뒤흔드는 중이다.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un-tact)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정보통신기술을 토대로 전통적인 형태의 접촉(contact)을 대체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 발 나아가 온라인 수업이나 무관중 공연처럼 온라인 방식으로 외부 활동을 진행하는 온택트(on-tact)도 본격화됐다. 일상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개개인의 활동 범위를 최대한으로 좁히고 자신만의 공간을 갖도록 만드는 중이다.

자연스레 개인주의의 강화를 연상하던 와중 정반대의 내용을 담은 흥미로운 기사를 보게 됐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정부 등 공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오히려 올랐다는 내용이다.

시사인과 한국방송이 공동으로 진행한 '코로나 시대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5월 기준 정부에 대한 시민 신뢰도가 10점 만점에 6.1점을 기록했다. 앞서 2016년 조사 결과에서 나온 4.1점에 비하면 48.8% 늘어난 수치이다. 여기에 매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공공기관 가운데 늘 꼴찌를 기록하던 국회 신뢰도도 3.8점을 기록했다. 4년 전 신뢰도인 3.0점보다 26.7% 늘었다.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초유의 재난 상황이 시민들을 정부·지자체 등 공적 시스템에 의지할 수 있도록 만든 셈이다.

이전까지 한국은 공공분야에 낮은 신뢰도가 있는 곳으로 분류됐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부 신뢰도 조사에서 신뢰하는 시민 비율은 39%를 기록해, 36개국 가운데 22번째를 기록했다. 전체 평균치인 45%보다 낮은 수치이다. 신뢰할 수 없는 사회는 구성원 개인의 불안감을 낳고 시스템 전반에 금이 가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늘 문제가 되곤 했다. 지난 2018년 인천에서 열린 제6회 OECD 세계포럼에서 '미래의 웰빙'을 위해 공적 영역의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나온 이유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신뢰에 대한 뉴노멀 시대를 만들고 있다. 여기서 오래 전 드라마에 봤던 대사를 떠올려 본다.

“(서로가) 권력의 관계가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강자이거나 약자가 아닌 오직 함께 일을 해나가는 동료임을 알 때 설렘은 지속될 수 있다.”

옆자리에 있는 사람이 나와 같은 목표를 갖고 우리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다 같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 정반합을 실현하고 이상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려면 모든 참여자가 서로를 믿고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모든 시민은 방역 주체가 틀림없다. 서로가 감염병 확산을 막으려 노력한다는 사실을 믿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보건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김은희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