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아파트 값…세대 재생산 '찬물'
▲ 장마(霖림)가 들어 적절하게 비(雨)가 내리면 초목(林)이 윤택해진다. /그림=소헌

 

불법으로 빼앗긴 길림시 장천1호분(墳) 벽화에는 고구려의 풍속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그중 '일월성수도'에는 해를 상징하는 삼족오와 달을 상징하는 두꺼비가 있다(후에 불교 영향으로 토끼로 변했다). 두꺼비는 동전처럼 둥근 물건을 입에 물어 돈과 재물 그리고 복을 상징한다. 그래서인지 어떤 부모라도 '떡두꺼비' 같은 자식을 원하는 건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두 마리의 두꺼비를 키우셨다. (중략) 칠순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날이 새기 전에 막일판으로 나가셨는데 그때마다 잠들어 있던 녀석을 깨워 자전거 손잡이에 올려놓고 페달을 밟았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아버지는 지난 겨울 두꺼비집을 지으셨다. 두꺼비와 아버지는 그집에서 긴 겨울잠에 들어갔다. 봄이 지났으나 잔디만 깨어났다. 내 아버지 양손에 우툴두툴한 두꺼비가 살았었다.” (박성우 作 '두꺼비')

섬출하림(蟾出夏霖) 두꺼비가 나오면 여름장마가 든다. 자연환경보호에 공들인 덕분에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두꺼비를 인근 야산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렸을 때 손등에 모래를 얹으며 다독다독 한 후 살며시 빼어 집을 만들었던 두꺼비집 놀이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夏 하 [여름 / 크다]

①夏(하)의 부수는 (천천히 걸을 쇠)인데 (뒤져서 올 치)로 잘못 쓰고 있다. 두 글자 다 사람의 발과 연관하니 하나로 합쳐도 무리가 없다. ②夏(하)는 사람(頁혈. 생략형)이 여러 겹의 옷을 입고서 천천히 걷는( 쇠) 모습이다. 무당이 옷을 입고 기우제를 올리는 모습으로도 보는데, 그 계절이 여름(夏하)이었던 것이다. ③夏(하)의 고자는 昰(하)다. 여름은 해(日)가 한 가운데(正) 온다는 뜻이다. 옛 글자를 불러서 함께 쓰는 것도 좋겠다.

霖 림 [장마 / 비가 내리는 모양]

①갑골문에서도 보이는 雨(비 우)는 하늘(一) 저 멀리( 경)서부터 물방울( 수)이 떨어지는 모양을 지닌 제부수 글자다. ②雨(우)는 '은혜가 두루 미치다' 또는 '윤택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농업을 근본으로 한 우리민족에게 매우 중요한 글자다. ③장마(霖림)가 들어 비(雨)가 자주 내리면 온 숲(林림)이 축축하게 젖는다. ④霖(림)은 淋(림)과 같이 쓰며, 매화(梅매) 열매가 익을 무렵에 내리는 비(雨)라 해서 장마를 梅雨(매우)라고도 한다.

 

옴두꺼비는 새끼를 배면 스스로 뱀에게 잡아먹힌 후 독을 뿜고는 뱀과 함께 죽는데, 새끼가 그것을 먹고 자란다. '헌집'은 어미요, '새집'은 새끼를 뜻한다. 최근 3년간 서울시 중간급 아파트 가격이 3억이나 넘게 올랐단다. 이런 집을 사려면 적어도 43년이 걸린다고 하니, 자식에게도 “얼른 장가들어야지?”라고 말할 엄두가 안 난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실질적으로 뒷걸음 친 마당에 새집은 뭔 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코끝이 찡하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로 인해 막일노동자들이 일거리를 접는 날도 많다. 현장에서 일하는 젊은 층이라곤 외국인 말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자리를 실직하거나 퇴직한 중노년층 아버지들이 메우는 실정이다. 그들의 손에서도 두꺼비가 번식하고 있다. '사람에겐 묻힐 한 평 남짓 땅만 있으면 된다'는 톨스토이의 말을 꺼낼 것도 없다. 한 줌 재로 들어갈 한 척짜리 봉안함이면 충분하다. 몇 푼 되지는 않아도 장가 못 간 자식 놈에게 '헌집'이라도 물려주면 다행이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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