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씻기 전 세면대에 물을 받아 유심히 살핀다. 특히 양치질 하기 전에는 더 꼼꼼히 물을 본다. 물에 뭐가 떠다니진 않는지, 물 색은 어떤지 살펴본다.

설거지할 때도 마찬가지다. 설거지통에 쌓인 그릇들을 걷어내고 물을 받아 또 관찰한다. 30초 가량 뚫어져라 보고 아무 이상 없으면 그릇들을 하나둘 씻어낸다.

두어 달 전부터 커피를 직접 내려먹는 취미가 생겼다. 원두를 사서 직접 갈아 커피를 내려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돗물을 끓여서 커피를 내렸지만 이제는 생수로 물을 끓인다.

평소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강아지 물 그릇에 담긴 물을 갈아주는 일이다. 강아지들이 수돗물에서 나는 냄새를 좋아한다기에 지금까지 수돗물을 받아 줬는데 이제는 생수를 준다.

인천 수돗물 유충 발견 충격이 일상의 작은 부분까지 바꾸고 있다.

유충이 확인된 지역은 서구•부평구•계양구지만 남동구에 사는 나도 자유롭지 않다. 언제 인천 전역으로 확대될지 모를 일이다.

지난 19일 인천시청에서 수돗물 유충 관련 긴급 브리핑이 열렸다. 그간 서구에 국한됐던 유충 사태가 부평•계양을 포함한 인천 북부권으로 '공식' 확대됐다는 내용을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부평•계양에 물을 대는 부평권역 배수지 3곳과 정수장에서 죽은 깔따구 유충으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부평•계양 주민들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당연히 나올 질문이지만 시는 전혀 예상을 못했나 보다. 물론 관련 지침도 없다.

“수돗물에 이물질이 있으면 안되니 음용을 자제해 주시고, 저희한테 물을 요청하시면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박영길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

각자 알아서 하라는 무책임한 답변이다. 시는 깔따구 추가 발견 사실을 시민들에게 바로 알리지도 않았다. 부평권역 배수지에서 깔따구 유충 추정 물체가 발견된 건 17일이다. 브리핑은 19일 오후 열렸다.

이미 깔따구가 떠다니는 물을 마신 주민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에 대한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

'적수(붉은 수돗물)'라는 초유의 사건을 겪은 지 1년이 지났다. 시는 적수 사태를 통해 시민들의 신뢰를 잃은 대가로 무엇을 배웠는지 의문이다. 일상은 바뀌었지만 인천시의 위기 대응 능력은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이창욱 탐사보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