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희상 처장, 시체육회 공채로 복귀
민선시대 인사권 상실 등 권한 축소
이전 '실질적 1인자' 권력 행사 불가

일부 “과거처럼 행동시 어려움” 걱정
곽 “달라진 부분 잘 알아 … 소통할 것”

“같은 곽희상 사무처장이지만, 그가 박남춘 인천시장이 체육회장을 겸직하던 시절에 했던 역할과 민선 체육회장 시대 초대 사무처장으로서 앞으로 남은 임기까지 해야 할 역할이 절대 같을 수 없죠.”

“해야 할 일도, 서열도 그냥 뭔가 좀 애매한 느낌이네요. 사람은 똑같지만 제도가 확 바뀌었기 때문에 사무처장도, 다른 직원들도 잘 적응해야 불협화음이 발생하지 않을 것 같아요.”

최근 인천시체육회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개채용을 통해 곽희상 사무처장을 임명했다.

그는 1983년 인천시체육회에 입사해 훈련 담당, 훈련계장, 훈련과장, 체육진흥부장, 전문체육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7년 정년퇴임 뒤 지난해 1월 시체육회 사무처장으로 복귀해 지난 4월까지 1년 넘게 일했고, 이번에 다시 공개채용 관문을 통과해 사무처장 자리에 두번째 앉았다.

따라서 곽 신임 사무처장은 그 누구보다 인천시체육회를 잘 안다. 체육계 각종 현안부터 직원의 개인사까지 거의 꿰뚫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얼핏 보기엔 곽희상 사무처장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직원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사람은 같지만, 민선 체육회장 시대를 맞아 제도는 확 바뀌었기 때문에 이전처럼 사무처장 중심으로 체육회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지난 6월 인천시체육회 이사회는 기존 '별정직 2급'으로 되어있는 사무처장 직급을 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른 '전문임기제 가급'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안건(인사규정 일부개정안 및 인천시체육회 사무처 직제규정 일부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올 초 민선 체육회장 출범 후 나온 이런 후속조치 등을 통해 체육회 사무처장의 위상과 권한은 축소됐다.

핵심은 인사권이다. 과거 인천시장이 체육회장을 겸직하던 시절 사무처장(또는 상임부회장)은 체육회 2인자로서 상징적 의미의 회장(인천시장)을 대신해 실질적인 인사권을 틀어쥐고 절대권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이제 민선 체육회장 시대이기 때문에 인사권은 모두 회장이 가지고 있다.

또, 핵심 업무에 대한 결재권한도 없다.

인천시체육회는 이규생 회장 부임 이후 단행한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기획단과 스포츠공정실을 신설했다.

미래기획단은 이규생 회장의 공약 이행 및 지방체육회 법인화 등 민선 체육회 안착에 필수적인 각종 사업을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업무를, 스포츠공정실은 감사 업무를 담당하는 체육회 내 핵심 부서다. 두 부서는 사무처장 결재 없이 회장과 직접 소통하는 '직속 기구'다.

이는 해당 부서 업무에 대한 결재권한은 오직 회장만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곽 사무처장은 이들 부서 업무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이 공식적으로 없다.

조직 내 위상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체육회장(인천시장)을 대리하는 독보적 2인자이자, 체육회 내 실질적 1인자였지만 현재는 체육인들의 투표로 뽑힌 민선 회장을 보좌하는 임원 중 한 사람일 뿐이다.

체육회 내부 여비지급 등급표 상에서도 사무처장과 단장(미래기획단)은 같은 급이다.

연봉도 낮아졌다. 과거 별정직 2급(공무원 이사관급)일땐 업무추진비 포함 약 1억원이었지만, 전문임기제 가급의 경우 이에 못미친다.

이처럼 사무처장 관련, 인천시체육회 내부 시스템은 불과 몇 달 사이에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민선 체육회장 시대 이전이나 이후나 사람(곽희상 사무처장)은 똑같지만, 그가 박남춘 회장 시절이던 지난해 1월부터 올 4월까지 했던 역할과 이규생 민선 회장 시대에 남은 임기인 2022년 2월까지 해야 할 역할이 절대 같을 수 없는 이유다.

직원들은 “민선 회장 시대 이전과 이후 시체육회 사무처장의 위상과 역할은 매우 다르다. 이런 현실을 모두 직시해야 한다. 시스템은 달라졌는데 과거와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자칫 조직이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곽희상 처장은 “나도 달라진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직원들 모두 나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동료들이라 충분히 소통하면서 내 역할을 찾아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