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 조합·공단 이원화 폐단 속출
환경오염 벗어나기 위해 7월22일 탄생

1000만 그루 심기·국화예술제부터 열어
2024년 3-1공구 끝으로 매립종료 압박

세계최고 환경메카로 진화
자원화 ·청정개발 등 통해
'탄소배출권 거래권' 받기도
2000년 7월22일 수도권 매립지 관리공사 설립
2000년 7월22일 수도권 매립지 관리공사 설립
2006년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현 대통령 내외 방문
2006년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현 대통령 내외 방문

'세계 최대의 단일시설.' 수도권매립지(1600만㎡) 하면 으레 따라붙는 수식어다. 그 규모만큼이나 부침도 컸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김포지구 공유수면 매립목적을 변경한 태생적 한계였다. 농사를 지을 땅에 쓰레기를 묻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 쓰레기를 처리했던 난지도매립장이 목까지 차오르자 나온 긴급 처방이었다. 오죽했으면 준공(1992년 2월 28일)도 안 떨어진 제1 매립장(409만㎡·당시 매립지 제1공구)에 쓰레기 반입(그해 2월 10일)을 밀어붙였으랴

수도권매립지 운영의 전문성과 책임성 부족은 그 부침의 진폭을 더욱 키웠다. 인천, 경기, 서울 등 자치단체 파견 공무원으로 구성된 운영관리조합과 환경관리공단으로 짜인 이원화 구조의 폐단이었다.

장마철에 스미는 빗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매립장 제방은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침출수가 감당할 수 없이 '콸콸'거리자 임시변통으로 큰 웅덩이를 파서 처리 대기용 침출수를 가두기도 했다. 매립지 주변에서는 세발 달린 강아지가 태어났고, 어미 뱃속의 송아지가 죽어서 세상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환경부 소속 일원화 조직 수도권매립지관리(SL)공사는 2000년 7월 22일 이런 비극 속에서 탄생했다.
 

2000년 10월30일 제1매립장 사용종료 및 제2 매립장 사용 개시
2000년 10월30일 제1매립장 사용종료 및 제2 매립장 사용 개시
2018년 9월3일 제3-1매립장 사용개시
2018년 9월3일 제3-1매립장 사용개시

수도권매립지는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악취와 먼지, 소음 등으로 덩어리진 환경오염의 때를 벗겨나갔다. 웬만하면 멀리해야 했던 곳에서 되도록 가까이하는 공간으로 바깥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공원화 사업과 문화축제를 벌였다. 매립장 주변에 나무 1000만 그루를 심었다. 국화축제도 열었다. 연간 3만 명의 지역주민을 고용하는 일자리를 만들었다. 필요한 나무와 꽃은 지역 화훼농가에서 우선 사들였다.

세계 최대의 매립지는 세계 최고의 환경 메카로 진화를 꾀했다. 폐기물의 위생매립을 넘어서 폐기물의 자원화와 에너지화를 일궈내고 있다.

슬러지 자원화 시설을 마련했다. 수도권 환경·에너지종합타운(1만5358㎡) 안에 하루 1000톤씩인 1단계(사업비 398억 원)와 2단계(사업비 823억 원) 시설을 갖췄다.

하수슬러지를 고화제로 섞어 복토재로 쓰고, 말려서 화력발전소 보조연료로 만들었다.

음식물쓰레기폐수(음폐수)는 바이오 가스로 재가공했다. 하루 770톤의 혐기성 소화시설에서 뽑아낸 바이오 가스를 악취를 태우는 연료와 하수슬러지 건조하는 열원으로 쓰고 있다. 폐비닐 등 가연성폐기물을 골라내 고형연료제품(SRF)으로 만드는 생활폐기물 자원화 시설(사업비 254억 원)도 가동했다.

수도권매립지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전진 기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매립가스를 자원화하는 청정개발체제(CDM)사업으로 탄소배출권 거래권을 UN으로부터 받았다. 매립가스를 모으고 정제해서 50MW 발전시설을 돌린 노력의 보상이었다. 세계가 인정한 온실가스 감축의 산실이었다.
 

2002년 3월20일 1000만 그루 나무심기운동 시작
2002년 3월20일 1000만 그루 나무심기운동 시작
2004년 10월8~17일  제1회 드림파크 국화축제 개최
2004년 10월8~17일 제1회 드림파크 국화축제 개최

수도권매립지는 환경과 문화, 레포츠가 있는 환경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골프장과 2014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국제규격의 승마장과 수영장을 갖춘 터였다.

하지만 수도권매립지의 부침은 끝나지 않았다. 매립지 종료와 SL공사의 지방 공기업화가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인천시는 2024년 11월쯤으로 예상되는 3-1공구(106만㎡) 매립 완료를 끝으로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외치고 있다. 환경부와 경기도, 서울시에 자체 매립장 확보를 압박하고 있다.

인천시는 전체 반입폐기물의 22.8%로 3개 시도 중 가장 적게 쓰레기를 버리면서도 2016년 당시 매립종료에서 한발 물러섰다. 이제는 환경부를 포함해 경기도와 서울시가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위한 실천적 모습을 보일 때라는 것이다.

환경부와 전체 폐기물반입량의 77.2%를 차지하는 경기도(39%), 서울시(38.2%)는 매립장 건설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수도권매립지 연장 매립을 바라고 있는 모양새다.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계폐기물은 그럭저럭 소각해서 반입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지만, 건설폐기물과 사업장 폐기물은 수도권매립지 아니면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경기도가 반입한 전체 폐기물 중 건설폐기물을 포함한 사업장폐기물은 73.5%(39만6624톤), 서울시 61.4%(27만6234톤)이다. 경기도(1만4931톤)와 서울(11만563톤)의 음폐수도 갈 곳이 없다. 수도권매립지 매립종료를 놓고 한바탕 논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SL공사가 가야 할 길은 녹색환경의 미래를 펼치는 것이다. 녹색 유전(油田)으로 자원순환의 꿈을 현실화하는 일이다. 녹색 관광으로 환경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때 SL공사의 또 다른 20년의 길이 있다.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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