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파일 두고 의견 대립…"공모 정황 담겨" vs "완전한 허구"
수사팀 편향성 지적도 계속…"MBC 등에 대한 조사도 진행돼야"

 

▲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0.7.17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핵심 피의자인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가 구속된 가운데, 수사팀은 공범으로 지목된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과 공모관계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구속 후 처음으로 전날 이 기자를 불러 면담했다. 본격적인 조사는 오는 20일께부터 진행될 전망이라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 기자는 지난 17일 구속됐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이 기자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한 검사장과의 공모관계가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시 심사에서 공모관계를 밝히기 위해 이 기자의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의혹의 핵심이 검찰과 언론의 '유착' 관계인 만큼 두 사람의 공모 여부를 밝히는 것이 수사의 관건이다. 검찰은 이 기자와 한 검사장이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캐기 위해 이철(55)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 대한 '협박성 취재'를 모의했다고 의심한다.

오는 24일로 예정된 수사심의위에서도 공모 여부 입증이 심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한 검사장과 이 기자 측도 의견 진술을 위해 수사심의위 참석 의사를 밝힌 만큼 적극적인 소명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수사팀이 확보한 공모의 증거는 2월 13일 이 기자가 한 검사장을 만나 나눈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서 이를 검토한 대검 수뇌부에서는 녹음파일에 나온 대화 만으로는 이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나 한 검사장과의 공모 입증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둘은 당시 만남에서 문제가 될만한 대화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기자 측은 "녹취파일에는 피의자들이 유 이사장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기 위해 공모한 정황이 담겼다"는 KBS 보도에 대해 "(그런 내용의) 대화는 전혀 없다"며 "오히려 한 검사장은 '유시민이 어디서 뭘 했는지 관심 없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한 검사장이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힘이 실린다'고 말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녹취록에는 '총선' 및 '야당'이라는 단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며 "독려 취지의 발언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 검사장 역시 "보도는 완전한 허구이고 보도 시점이나 내용도 너무나 악의적"이라며 공모 의혹을 일축했다. 해당 언론사와 기자에 대한 법적 조치도 예고했다.

수사팀은 수사심의위까지 남은 기간 추가적인 증거나 진술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속된 이 기자를 상대로 취재 과정에 공모가 있었는지 집중 추궁하면서 한 검사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재차 시도할 전망이다. 한 검사장은 지난달 초 피의자로 전환된 이후 수사팀의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피의자 측은 수사 초기부터 꾸준히 수사팀의 편향성을 지적해왔다. 의혹을 제기한 MBC 측과 제보자인 지모(55)씨 등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MBC는 검언유착 의혹 후속 보도 과정에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측의 신라젠 투자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그러나 수사팀은 앞서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참고인으로 MBC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윤 총장으로부터 "비례 원칙과 형평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 기자 측은 수사팀이 형평성을 잃었다며 대검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하는 진정을 냈다. 한 검사장 역시 검언유착 의혹 폭로를 비롯한 일련의 과정들은 특정 세력의 '공작'이며,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은 지난 7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많은 검사가 현 수사팀이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수사를 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현 수사팀은 수사 초기 MBC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기각 이후 이와 관련된 수사는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심의위에서도 이 기자와 한 검사장은 수사팀의 편향성을 지적하며 수사의 부당함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수사팀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사심의위 전까지 MBC 등 제보자 측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사팀은 이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다음 날 지씨를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의혹을 처음 보도한 MBC 장인수 기자는 20일 검찰 조사가 예정돼있다고 밝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사팀의 편향성은 꾸준히 제기된 문제고, 수사심의위에서도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기자를 구속한 만큼 MBC 등에 대한 조사도 어느 정도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