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00만원 이하' 상향 효과 미미

경제적 약자를 돕기 위한 '벌금 미납자 사회봉사제도'가 인천지역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인천에선 3만명이 넘는 피고인에게 벌금형 처분이 내려지고 있지만 수혜자는 500명이 채 되지 않아서다.

12일 법무부와 인천보호관찰소에 따르면 벌금 미납자 사회봉사제도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벌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 사회봉사로 대체해주는 제도로, 2009년 9월 처음 도입됐다. 사회봉사는 장애인 보호작업장과 농촌 등에 투입돼 일손을 돕는 방식이다.

지난해 음주운전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던 60대 남성 유모씨도 직업이 없어 벌금을 낼 형편이 안 됐지만, 올해 1월 인천지법에서 벌금 대체 사회봉사를 허가받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올 1~6월 유씨와 같은 벌금 대체 사회봉사 대상자는 29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9명과 비교해 소폭 늘었다. 만약 벌금을 내지 못하면 벌금액을 일수로 환산한 노역을 하기 위해 교도소나 구치소에 구금돼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구금만 되고 노역을 집행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경제력이 부족한 서민에게는 벌금형이 단기 자유형처럼 운영돼 교정시설 과밀화를 유발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벌금형을 받은 피고인 수에 비해 제도 수혜자가 극히 적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2019년 검찰연감'을 보면 2018년 기준 인천지검은 3만2182명을 구약식 처분했다. 구약식 기소는 검찰이 범죄는 인정되지만 그 사실이 경미해 정식 재판을 열 필요가 없다고 판단, 법원에 약식 명령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벌금형이 내려진다.

정식 재판에서도 벌금형이 선고되는 점을 감안하면 인천에서 연간 최소 3만명 이상이 벌금형에 처해진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지난해 벌금 대체 사회봉사 대상자는 495명에 불과했다. 3만명을 놓고 단순 계산하면 수혜자 비율이 1.65%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이에 법무부는 올 1월부터 사회봉사로 대체가 가능한 벌금액을 기존 300만원 이하에서 '500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생계 곤란으로 벌금을 내지 못하는 국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부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봉사를 신청할 수 있게 된 만큼 이를 적극 홍보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