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도래한 모양이다. 다수의 도내 기초의회들에서 하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잡음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여지없다. 이때만 되면 사전모의와 담합, 온갖 꼼수들이 추태를 부리는 지방의회의 민낯이 이곳저곳에서 여과 없이 드러난다. 먼저 안양시의회로 가보자.

원내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일 의장선출을 앞두고 의원총회를 열었다. 의총에 참석한 12명 의원에게 각각의 번호를 부여하고, 당에서 정한 특정후보 이름을 적을 투표용지 기명란에 상하좌우 위치까지 정한 이른바 '당론'이 시달됐다. 이렇게 하면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 부연됐다.

이처럼 미리 정한 방식에 따라 선거가 진행됐지만 사고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사전모의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녹취록이 유출되면서 전모가 드러나고 말았다.

광명시의회를 비롯한 여러 기초의회에서도 하반기 원 구성 문제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후보를 결정해 투표하도록 당론을 정하고 이를 어기면 당에서 제명된다. 내부 갈등을 막으려는 조치지만 이를 어기고 출마해 당선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내부 이탈표가 나오면서 소수당인 통합당 의원이 당선되는 사례도 있다.

이쯤 되면 다시 지방의원들의 자질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혹여 이런 걸 '정치'라고 생각하는 왜곡된 상식이 이들을 지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지방의회가 감당해야 할 일말의 소명의식이 있기라도 한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 어디까지가 불법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더욱 한심하다. 그나마 이 정도의 의회라도 지켜나가는 힘이 사법기관 때문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지방자치를 시작하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기초의원들의 비뚤어진 행태는 여전하다. 수십 년 경험에도 의회 하나 제대로 운용할 능력조차 키우지 못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서글픈 일이다. 엄중한 시기다.

코로나19로 시민들의 피로가 심하다. 민생 또한 위태롭다. 시민의 대표자로서 그에 합당한 고민이 없거든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게 사회에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