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30일, 다음 날로 취임 2주년을 맞는 민선 교육감들의 소회를 밝히고 남은 시간을 약속해가는 기자회견이 전국 각 교육청에서 열렸다. 인천의 도성훈 교육감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성과와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전례가 없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이하는 교육청의 지난 평가와 앞으로의 방향은 어떤 방식과 내용이어야 할까?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일을 앞으로 해나가야 하는 지역교육 수장이 주민들과 교육공동체에 건네야 하는 말에는 무엇이 담겨 있어야 할까? 도성훈 인천교육감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아쉬움과 함께 머리속에 계속 맴도는 말이다.

(전환의 시대, 우리 교육에 대한 고찰이 있는가)

BC(Before COVID)와 AC(After COVID)라는 말처럼 감염병 시대가 몰고 올 변화는 상당할 것이다. 다큐멘터리 Zizek의 감독 애스트라 테일러는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위기 상황에서는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규칙이 왜 규칙인지 의문이 생긴다”며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일시적으로 통증을 완화하는 게 아니라, 수백만 명의 사람이 처음부터 불리하지 않게끔 규칙을 영구히 바꿀 기회”라 했다.

기본소득, 감염병 확산에 따른 보건의료체제 공공성 등 사람들의 관념과 실제 제도에서 변화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현재 진행형이고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지 예측 불가능한 감염병 사태는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의 구조와 제도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은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까? 불평등의 재생산, 계층 간 교육격차, 교육의 질, 발달위기 등 기존 교육체제 모순에서 비롯된 문제들이 코로나라는 재난을 겪으며 우리 앞에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몇 차례에 걸쳐 이뤄진 등교 수업 연기와 지금의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은 현재 교육시스템이 특히 감염병 사태에 매우 취약하며 이대로 존속되기 어려울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가 금과옥조로 여겨 온 대학입시는 어떠한가? 입시 공정성 담론 속에 교육부는 정시모집을 확대하겠다고 했으나 전문가들이 하반기 2차 대유행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수능의 시행조차 담보할 수 없는 상태이며 반교육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서열적 입시체제는 물리적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기존 교육체계의 전환을 맞이해 가는 이 시기, 지역 교육 수장이 주민들과 교육공동체에 약속하고 전할 말은 '지금의 대변화를 어떻게 고찰하고 맞이할 것인가'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2주년 기자회견문에서 이 시기를 존재의 방식과 양상이 바뀐 인류의 전환 시기라 했으며 교육계에 요청된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의 정체성', '공동체적 사유와 가치의 확고한 일상 문화 자리매김', '교육행정과 학교운영의 자율성과 자치'라는 교육의 세 가지 근본 화두를 던지며 서울교육의 10년을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눈을 돌려 도성훈 인천교육감의 기자회견문을 보자. 지난 2년간 적수 사태, 아프리카 돼지열병, 코로나19까지 많은 어려움 속에서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과 성과를 이뤘다는 것, 앞으로 잘하겠다는 내용이다. 최선을 다한 것은 알겠으나 앞으로 맞이할 교육 전환의 철학적 고찰과 시대적 화두, 실행 방안이 있는가?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교육감이 필요하다)

도성훈 교육감의 임기 후반부 교육과제는 실로 엄중하다. 감염병 이후 대전환을 겪을 우리 교육의 미래를 제시하는 것과 더불어 앞으로 반복적으로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한 안전한 학교시스템의 정비, 학생들의 발달을 도울 인지자동화, 경쟁적 입시를 넘어 연대의 원리를 구현할 새로운 교육 내용까지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헤쳐나가야 한다.

또한 코로나 국면에서 교육격차와 불평등, 기초학력, 디지털 디바이드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교육감과 관료들의 힘만으로 가능하겠는가? 코앞에 떨어지는 현안 해결도 중요하나 그 문제의 본질을 성찰하고 교육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교육 주체들과 소통으로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추진해 나가는 교육감을 기대한다.

 

 

심준희 인천서흥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