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전기작가이자 역사가이기도한 앙드레 모루아(1885~1967)가 집필한 프랑스사는 필자가 파리에서 언론사 특파원 때인 1980년에 번역해 김영사에서 출판해 아직도 서점에서 팔리는 장기 스테디셀러에 꼽힌다. 828쪽에 달하는 역사책으로 문학가다운 필치로 쓰여진 프랑스사의 결론 부분은 읽어보면 4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저자의 애국심과 역사를 보는 안목 그리고 인간(국민)에 대한 통찰력을 절감할 수 있다. ▶앙드레 모루아는 프랑스 사람들이 자화자찬하는 대상을 야유하기를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면서 '그들 만큼 수많은 내각을 갈아치우고 또다시 같은 사람을 불러내 정권을 맡기며 그들만큼 위대한 인물을 태연히 부당하게 처단하고 또다시 같은 사람을 높은 자리에 앉히는 국민은 없다'고 썼다. 그가 지적한대로 프랑스 사람들은 정치인들이나 유명인들을 야유하고 해학적 언사를 쏟아내는 소극장을 즐겨 찾는다. ▶파리에서 발행되는 르 카나르 앙셰네는 1915년부터 매주 수요일에 나오는 폭로와 풍자위주의 50만부를 발행하는 주간 신문이다. 프랑스인들은 언론인들을 속어로 카나르(오리)라고 칭하는데 앙셰네는 줄에 묶여 있는 기자가 떠벌린다는 의미다. 대통령 관저 엘리제의 이면이나 장관과 유명 인사들의 추문이나 실패담들을 해학과 풍자적 필치로 서술해 독자들을 웃음짓게 만든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재치있고 풍자하는 글과 발언이 대한민국의 대표적 언론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인용·보도되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 인사청문회의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하자 '우리도 잡놈이라고 정직하게 고백하고 얼굴에 철판을 깔면 덜 역겨울 것'이라는 페이스북 글을 신문들은 가감없이 기사로 취급했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알력에는 '법무부는 친문흥신소'라고 했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주의 고향집을 팔려고 내놓자 '지역의 유권자를 처분한 것'이라고 매도한 글도 각 신문의 지면을 장식했다. ▶진 교수의 글과 발언을 언론기관에서 앞다투어 경쟁적으로 전재하는 것은 한국인들도 프랑스 사람들과 같이 해학을 즐기는 속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진 교수는 지난주 초 강남 최인애 책방에서 강연을 통해 진보와 보수에도 날카로운 일침을 가하며 언변 역시 대단함을 증명했다. 그의 인기에 시비를 걸 생각은 없지만 진 교수는 카나르 같은 풍자신문을 창간해 풍자와 해학의 글에 전념하고 유력 일간지들은 정확하고 냉철하고 전문가적인 기사에 정진했으면 좋겠다.

 

언론인 신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