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깬 의미, 여성 장점 살려 민의(民意) 최우선 할 터”

 

“저를 믿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준 동료 의원들과 3선 의원으로 의회를 이끄는 의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항상 성원을 보내준 지역 주민들에게 고개 숙여 존경과 사랑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1991년 의회 개원 이래 3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의장에 당선된 박은경(사진) 안산시의회 의장의 당선 소감이다.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앞선다는 박 의장은 “정치에서 성별이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고 보지는 않지만, 후배 여자 정치인들이나 정치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귀감이 돼야 하기에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고 했다.

안산의 경우 지난 2006년 제5대 의회에 여성의원 5명이 입성하면서 처음으로 의회 내 금녀의 벽이 허물어졌다. 이후 여성의원들의 활발한 활동이 어이진 가운데 8대 의회에서는 역대 최다인 7명의 여성의원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선거 제도 개선과 의회 내 수평적 의사결정 과정의 정착이 만들어낸 결과다.

“여성으로서의 장점을 살리는 의정활동을 펼치겠다. 하지만 그것에만 매몰되지 않을 것이다. 의원들과 시민 모두를 아우르는 의장으로서, 불편부당의 가치를 지키겠다. 어떤 일이든 과정은 섬세하게 살피고 결론은 명쾌하게 낼 것이다. 무엇보다 민의를 가장 앞에 두는 의회를 만드는 데에 전심전력하겠다.”

박 의장은 “그 간 시 집행부와 의회 교섭단체가 직접 만나는 기회가 부족했다”며 “의회 내 다수당으로서 책임 정치를 실현하려면 시 집행부와의 원활한 소통이 관건이다. 당정협의회를 정례화해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시간을 자주 갖겠다”고 밝혔다.

또한 상임위원회 중심의 의정활동으로 의회 분위기를 쇄신할 복안을 갖고 있다. 의회의 중심은 상임위원회이며, 의회의 모든 인적•물적 자원이 이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회기뿐만 아니라 비회기 중에도 상임위원회가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일하는 의회가 되도록 하겠다는 게 박 의장의 구상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매체만 보는 매스미디어(mass media)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는 박 의장은 “동영상, SNS, 홈페이지, 대 언론 홍보 등 소통 방식의 다양화로 의회 홍보의 스펙트럼을 넓혀 시민들과의 접점의 폭을 키우는 등 달라지는 언론 환경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특정 당의 수적 우위를 앞세운 일방적 독주를 경계해야 한다”며 “숫자의 정치보다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토론과 협상이 이뤄지는, 질적 수준을 담보하는 원내 운영을 하는 것이 후반기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후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도 원내교섭 단체 간 이견이 있어 일정이 지연되기도 했다. 뼈아픈 대목이다. 원 구성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점들은 반드시 복기해 되풀이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의회 내 갈등의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명심한다면, 이 같은 경험도 앞으로의 의회 운영에 자양분이 되리라 믿는다.”

박 의장은 시 집행부와는 의도적인 긴장 관계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정협의회를 통해 주기적으로 만나 소통은 하되, 의회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겠다는 생각이다. 오로지 시민의 이익과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만 바라보면서 나갈 생각이다.

그는 “의회가 집행부의 거수기 역할만 해서는 결코 지역 발전을 견인할 수 없다”며 “건전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생산적인 논의로 시민 행복을 앞당길 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한다.

/안산=안병선 기자 bsa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