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부동산 해법 모색 등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북한이탈주민에 대하여는 주로 북한이탈주민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한 정착지원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2018년부터 남북관계가 진전되기 전에도 북한이탈주민들은 아직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를 해왔기에 북한이탈주민은 남북교류협력의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역할이 재조명되어야 한다.

교동 망향대에서는 해마다 황해도가 고향인 실향민들이 제를 지낸다. 추석이 되면 교동도 북쪽 끝 ‘교동 망향대’에서 고향 땅을 바라보는 실향민과 북한이탈주민의 발길이 이어진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북한을 나왔지만, 북한에는 여전히 그들이 그리워하는 가족들이 있고, 북한은 현재 갈 수 없어도 그들에게 영원한 고향이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에서 살아남기 위해 북한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기도 하고, 남한과의 동화를 강요받고 있다.

우리는 북한에서 우리 민족을 향해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은 사람들을, 시대와 상황에 따라 귀순용사, 탈북민, 새터민,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왔다. 사물이나 사람의 명칭은 그 정체성이 명명되는 ‘이름’으로 규정되며, 호칭에 따른 인식이 사람들의 의식 속에 내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북한에서 자유를 찾아 우리에게 온 사람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필자는 지난 15년여 간 북향민들을 지원하면서 ‘이탈’이나 ‘탈북’이라는 용어는 그들에게 상당한 부담과 반감을 가지게 하는 표현임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그들을 부를 수 있는 적절한 호칭에 대해 함께 수년 간 논의한 결과 북한에 고향이 있다는 사람이라는 뜻인 ‘북향민’이라는 이름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 ‘북향민’이라는 호칭은 한국전쟁 당시 고향을 잃은 ‘실향민’ 이라는 단어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한 것이다. 그들을 ‘북향민’이라고 부르면서 북한에 고향이 있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새로운 이름으로 묶고, 우리 안에서 그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순화시키고자 한다.

한반도의 ‘민족자결권’의 주체는 ‘북한주민’과 남한주민이며, 북향민은 남과 북의 체제를 모두 겪어 본, 먼저 온 통일이자 평화의 징검다리이다. 북향민을 통해 북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을 확인하고 남북 교류와 대화를 긍정적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점, 남북 민간교류를 더욱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북향민은 남북교류협력의 씨앗이자 통일의 꽃이기도 하다.

북향민이 태생적으로 북에서 왔다는 이유로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차별을 막고, 나아가 북한이 고향인 사람과 남한이 고향인 사람이 출신과 관계없이 서로 동등한 지위에서 바라보고 존중할 수 있도록 헌법적 가치 안에서 기본권을 구현하는 길을 모색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이제부터 그들을 북향민이라고 부르자.

 

숭실대학교 숭실평화통일연구원 전수미 교수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