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장해 이제는 전 사회적 운동으로 확대되어 시행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감염 관리의 종류 중 하나로 사람과 사람간의 접촉을 줄여서 감염의 기회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으로 호흡기 질환의 경우 마스크 착용이나 손 씻기보다 더 근본적인 예방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현실에서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떼어 놓는 격리다. 사람들을 격리시키기 위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낯선 표현이 일상에 등장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들이 모이는 일체의 사회생활을 자제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 되었다.

코로나19의 대응방안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우리의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일반적이지 않았던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일반화 돼가고 있다. 학생들의 수업도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고, 물품 판매와 구입 또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렇듯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더불어 급격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기에는 새로운 용어들이 생겨난다. '비대면 접촉'을 뜻하는 신조어 '언택트(Un-tact)'는 접촉이라는 말(Contact)과 부정을 뜻하는 언(Un)을 결합해서 나온 합성어로 무인기기나 인터넷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에 직접적인 대면 접촉이 줄어드는 양상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다가, 최근 코로나19의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주목받는 트렌드 용어로 다시 조명을 받고 있는 신조어다.

이미 세상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대면방식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소통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적응하지 못하면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소득이 낮고 정보가 취약한 계층일수록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학교를 가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일일이 확인을 해 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저소득층 아동이나 집에서 혼자 생활을 하고 있는 취약한 독거노인들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소외되기 쉬운 계층이다.

낯선 용어들이 생겨나고 패러다임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에는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계기이자 기회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제가 침체되고 일상생활의 회복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소외되고 고립되기 쉬운 사회적 취약계층에게는 경제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심리·정서적인 지원과 정보제공도 병행해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사회적으로는 연결되어 있지만 물리적으로만 거리를 두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라는 표현 대신 물리적 거리두기(physical distancing)라는 표현을 권장하고 있다. 전염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물리적으로는 고립되어 있으나 사회적으로는 고립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사람을 가리킬 때도 사람 사이라는 의미를 가진 '인간(人間)'으로 칭하는 것은 사람이 혼자만으로는 살 수 없음이 그 말 안에 내포되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권장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인해 관계의 단절과 고립으로 인한 심리적 후유증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빠르게 변화하는 일상 속에서 취약계층이 또 다른 소외계층이 되지 않도록 국가나 사회가 우선적으로 정책적이고 제도적인 보완을 해 주어야만 한다.

 

한숙희 인천광역자활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