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동인천역 화평철교 아래
배설물·깃털 등 잇단 피해 호소
건물 베란다·실외기에도 둥지
구, 근본적 해결책 없어 골머리
▲ 인천 동구 동인천역 화평철교에 비둘기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그 아래를 지나는 행인은 비둘기를 피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철교 아래 지날 때마다 비둘기 때문에 무서워요.”

6일 오전 11시 인천 동구 동인천역 인근 화평철교. 비둘기 20여마리가 삼삼오오 모여서 철교 틈새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주변 건물 등에 숨어 있는 비둘기는 그보다 더 많다. 비둘기 몇 마리는 앉아 있던 곳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금세 날개를 푸덕거리며 인근 상가 옥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둘기가 떠난 자리에는 하얀 배설물과 깃털들이 남았다.

철교를 지나던 이모(70)씨는 “이 길을 지날 때마다 비둘기가 배출하는 배설물이 옷에 묻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며 “비둘기 배설물들이 쇠를 부식시켜서 그런지 자동차들마저도 철교 앞에서 신호가 걸리면 비둘기 배설물을 맞을까 봐 겁을 먹곤 한다”고 말했다.

동구지역 철교에 둥지를 튼 집비둘기로 피해를 호소하는 행인과 주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집비둘기는 강산성의 배설물과 흩날리는 깃털로 시설물을 부식시키고 생활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2009년 유해 야생생물로 지정됐다.

동구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화평철교 집비둘기 관련 민원이 끊이질 않으면서 한국철도공사와 비둘기퇴치시설물 등을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행인 뿐만 아니라 철교 인근 주민들도 비둘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비둘기가 베란다 난간이나 에어컨 실외기에 둥지를 트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면서 주민들은 악취와 소음 등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 김모(59)씨는 “어느 날 비둘기 소리가 나길래 창문을 열었더니 비둘기가 난간에 둥지를 터서 놀랐다”며 “둥지를 튼 것은 이해한다고 해도 건물에 배설물 흔적이 가득해 물로 청소하는 데 애를 먹었다. 지금은 창틀에 둥지를 못 만들도록 나무 막대기로 창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구도 비둘기 피해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없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각 동에 비둘기 기피제 등을 배치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기피제를 뿌리면 비둘기가 가까운 거리 정도로만 도망가버리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철도공사가 최근 비둘기퇴치시설에 대한 실시설계용역에 들어간 만큼 협조해서 주민 피해가 줄어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