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3년 제물포 개항 이래 최대의 이슈 중 하나인 인천내항 재개발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1876년 부산포 개항 이래 재개발이 진행 중인 부산북항과 비교하면 한심할 지경이다. 물론 부산북항 재개발이 모두 잘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부산북항은 여전히 무역항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마리나항만과 크루즈선터미널을 함께 조성하는 등 인천내항과는 사뭇 다른 여건임에는 틀림없어 부산북항의 재개발이 인천내항의 재개발과 그대로 비교될 수는 없지만 진행 속도 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럼 왜 인천내항의 재개발은 수도권 항만인데도 지방에 있는 부산북항에 비해 재개발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부산시에 비해 인천시의 항만재개발 참여 의지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부산시와 시의회가 부산북항 재개발에 기울인 노력은 항만과 도시계획 전문가라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해양수산부가 부산시의 참여를 바라지 않아서 해양수산부 주도로 항만 재개발이 추진됨으로써 항만배후도시와 기능적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원도심 재생효과가 떨어지는 재개발이 되었으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제는 부산시와 호흡이 맞아가고 있는 중이다.

두 번째는 부산시민들의 다소 극성스런 부산북항 재개발에 대한 관심에 비해 인천의 일부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단체에 국한된 미미한 관심도가 인천내항 재개발이 지지부진한 또 하나의 원인인 것 같다. 그러나 최근 인천내항 재개발에 대해 인천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이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뭔가 조금 달라질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천내항 재개발의 최대 걸림돌은 누가 누구를 위해 내항을 재개발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가는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인천내항은 국가 차원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은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과 피해를 감내해야만 했었다.

그런데 이제 인천내항을 재개발해 시민의 품으로 돌려준다고 하는데 그 재개발 주체에 인천시가 빠지고 항만당국이 추진한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다. 이사 갈 사람이 자기 땅이라고 그 자리에 자기 마음대로 뭔가를 지어서 팔고 나가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인천내항 재개발사업의 진행을 보고 있자니 이게 과연 바람직한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사유지인 경우에는 재산권행사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으나 인천시민의 보금자리를 120여년 동안 국가 발전을 위해 사용했다가 시민에게 돌려준다면 시민을 위한 재개발이 돼야 하지 않을까? 인천내항의 바람직한 재개발은 내항 주변지역의 지역회생뿐만 아니라 인천지역 도시 발전을 선도하고 시민에게 행복을 주는 친수공간이 돼야 하므로 인천 시민의 염원을 담아 주민이 바라는 지역재생(regeneration)이 돼야 한다.

그럼 이 재개발은 누가 주도해야 하는가? 내항 재개발이 원도심 재생의 원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토지의 소유주인 해양수산부와 인천항만공사가 원도심 재생을 추진할 인천시와 콜라보 작업을 통한 인천내항 재개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 전략계획을 해양수산부는 전국항만기본계획에 반영하고, 인천시는 도시기본계획에 반영해 내항 재개발사업을 조화롭게 추진해야 한다.

내항 재개발사업은 원도심재생형으로 이뤄져야 하므로 인천시가 토지를 매입해 재개발사업을 주도하고 중구청이 보조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부산시가 국방부로부터 수영비행장을 인수해 센텀시티로 재탄생시킨 사례를 참고한다면 인천시는 무책임한 돈타령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인천내항은 점차 무역항 기능을 대체할 새로운 도시항만(city port)으로서 해양 레저활동이 활성화되는 친수공간으로 전환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존 내항 관련 항만종사자 및 사업자의 이해관계 조정과 대책이 수립돼야 하며 인천 시민들의 내항 재개발 공감대 형성과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질 수 있는 거버넌스형 내항 관련단체가 결성돼야 한다.

이러한 전략을 수립해 인천시가 재개발사업을 주도할 경우 인천내항은 지역회생(regeneration)의 원동력이 될 것이며 인천 원도심은 새로운 희망의 도시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다.

 

박창호 세한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