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환 국민주권연대 정책위원장이 지난 2일 개최된 제2회 '인천시민 평화강좌'에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한반도는 여전히 휴전상태다. 언제든 전쟁이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일상적인 전쟁의 위험 속에서 살다 보면 무감각한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하고, 백두산에 오른 남북의 정상이 손을 맞잡는 장면을 본 시민들은 전쟁이 먼 나라의 얘기로만 들린다. 오히려 외국에서는 한반도의 전쟁위험을 더 느끼고, “거긴 괜찮냐?”고 걱정까지 한다.

북쪽에서는 남쪽에서 한미합동 군사훈련이라도 벌어질라치면, 예민한 상황에 빠져든다. 핵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는 B-52, B-1B 전략폭격기와 F-22, F-35 스텔스 전투기들이 한반도 상공을 날아들고, 항공모함이 출몰하면, 북쪽은 전시태세에 돌입한다고 한다. 그것이 단순 위협인지, 정말 선제타격을 하는 것인지를 구분을 할 수 없는 실질적 위협을 느낀다는 것이다.

생명평화포럼(상임대표·정세일)은 지난 2일 남동구 구월동 인천YMCA 아카데미실에서 제164차 포럼을 겸한 ‘인천시민 평화강좌’ 두 번째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강좌에서는 문경환 국민주권연대 정책위원장이 ‘70년, 전쟁상태를 끝내자-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문 위원장은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면서 “언제든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전쟁상태를 끝내기 위해서는 지난 1953년 7월 27일 체결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여기에서 몇 가지 결정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 한국군이 독자적인 작전지휘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전쟁이 터지자 한강 인도교를 폭파하고 대전으로 떠나, 미군에게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넘겨주었다. 이후 1994년이 되어서야 평시 작전권을 회수했지만, 전쟁을 개시하고 중지할 수 있는 전시작전권은 여전히 미군이 갖고 있다.

두 번째는 대한민국은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53년 정전협정을 체결할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북진통일을 주장하면서 정전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미국은 이승만 정부를 배제한 상태에서 북과 중국을 상대로 3자 간 정전협정을 체결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전쟁을 끝낼 권한을 갖지 못하게 됐고 현재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당사자 자격에도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의 극단적 대결 상황이다. 북미 관계는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압박을 통한 북 정권의 붕괴’를 바라는 미국의 입장에 따라 번번이 파행을 겪어왔다. 그때마다 북쪽은 핵 개발 능력을 높여갔고, 핵무기를 실어나르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한 뒤로는 ‘비핵화 문제’와 ‘평화협정 체결문제’가 얽혀 버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몇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평화체제 구축을 합의해 놓고도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 문 위원장은 최근의 북미 관계에 대해 “북쪽은 한반도 비핵화를 넘어서서 세계 비핵화(핵 군축)를 주장하는 수준으로 변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미국은 북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입장을 고수하는 등 양측이 팽팽히 맞선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제5차 전원회의를 통해서 ‘미국의 제재와 압박이 장기화할 것’을 전제하면서 ‘정면 돌파전’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북미협상에 연연하지 않고 자력으로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 선언을 통해 ‘올해 안에 중대한 북미 간의 대결로 인한 긴장 국면 조성’이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문 위원장은 “지난 1994년 클린턴 정부 1기 때 북을 폭격하기 직전까지 갔던 최악의 상황을, 1999년 페리 프로세스를 통해 햇볕정책으로 전환했던 전례를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대선 국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평화를 향한 로드맵을 만들어 실천에 옮길 수 있다면, 한반도는 섬나라가 아닌 대륙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찬흥 논설위원·평화연구원 준비위원 report61@incheonilbo.com

▲ 생명평화포럼 제2회 '인천시민 평화강좌' 참석자들이 강연이 끝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