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에만 '어린이보호구역' 표시
인도·방지턱·카메라도 없는 후문
공사장·관광지 가는 차 많아 불안
군 “안전시설 설치 당장은 힘들어”
▲ 백령초등학교 후문 쪽 도로를 지나고 있는 공사차의 모습. 1차선 도로인 이 길로 아침이면 학생들과 대형차들이 뒤엉켜 등교한다.
/사진제공=독자

 

인천 옹진군 백령초등학교 학생들이 공사 차량과 관광버스 등 대형차들과 뒤엉켜 등하교를 하면서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들이 매일 교통지도에 나서고 있지만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백령초는 최근 옹진군에 운전자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학교 후문 쪽 도로에 어린이보호구역을 표시하거나 대형차들이 학교를 우회해서 통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군은 백령초 정문 쪽 도로에 어린이보호구역을 표시했지만 정작 대형차들이 많이 다니는 후문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을 알리는 안전 표시가 미흡하다는 게 학부모들의 지적이다. 여기에 후문은 공사장과 관광지로 가는 길목이어서 대형차 통행이 잦아 학부모들의 걱정이 날로 커지고 있다. 후문 도로는 1차선으로 폭이 좁아 차량과 사람이 함께 지나기 힘들 정도다. 차량 속도를 줄여주는 방지턱과 과속카메라도 설치돼 있지 않다.

백령초 1학년 자녀를 둔 최모(45)씨는 “최근 섬 내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나면서 아이들 안전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며 “백령초의 경우 후문 쪽에 대형차들이 다녀서 혼잡한데 보행자 도로와 같이 제대로 된 시설이 없다. 정문 쪽에만 어린이보호구역 관련 시설을 해주는 게 아니라 후문에도 똑같이 시설을 설치해주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육지라면 생각도 못 했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농어촌은 교통량과 학생 수가 도심보다 상대적으로 적지만 기존 안전시설이 열악해 사고 위험에 더 취약할 수 있어 안전시설 보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백령초 관계자는 “아침마다 교사들이 매일 교통지도에 나서고 있지만 차와 학생들을 통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고 예방을 위해 지자체에 이 사실을 알리고 지원을 요청했다. 학부모들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조치가 이뤄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이런 상황을 인지했으나 예산 부족 등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도색 등을 당장 실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 관련 시설 설치 사업들은 시에서 예산을 받아 추진하고 있는데 올해는 영흥도 한 학교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이미 결정됐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예산도 없다”며 “시에서 수요 조사를 하게 되면 백령초 후문에 대한 교통안전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