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정책용어에 외국어를 남발해 빈축을 사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최근 열린 '인천시민시장 대토론회' 에서 민선7기 후반 시정운영 계획을 발표하면서 '인천판 뉴딜 정책'을 내놓았다. 대형 화면에 제시된 정책은 '바이오', '그린', '디지털' 3개 분야로 나뉘는데 제목부터가 외국어 일색이다. 그래도 이는 자주 쓰이는 말이지만, 세부로 들어가면 정도가 더해진다.

'디지털'은 “인천실감콘텐츠(VR, AR, MR) 육성센터 구축, IOT 빗물관리시스템 도입, 공공부문 비대면 인프라 구축”으로 돼 있다. '그린'은 “노후 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 서구 일원 생물융합클러스터 조성, 수소산업클러스터 구축”으로 표현돼 있다. 절반 가까이가 외국어인 데다 콘텐츠(VR, AR, MR), IOT, 융합클러스터 등은 전문용어인데도 최소한의 설명마저 생략했다. 알아서 해석하라는 뜻인가.

문제는 일일이 사례를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인천시가 외국어에 사용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근래의 예만 보자. 인천문화예술회관이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그램을 '살롱콘서트 휴(休, HUE)'라 칭했고, 연말에 문을 열 바이오 집적단지를 '스타트업파크'라고 했다. 수요응답형 교통체계를 'I-MOD'라고 이름지었는데, 인천시가 계획하는 'I-멀티모달' 서비스 중 하나라고 한다.

청라지구에 들어설 영상문화단지는 '스트리밍시티'라고 명명했으며, 시가 조성비용을 지원하는 친환경 업무공간을 '오피스가드닝'이라 했다. 현란하기 그지없다. 이런 문화는 신(新)문맹을 낳을 수 있다.

물론, 행정기관 용어에 외국어가 난무하는 것은 인천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5개 광역자치단체의 보도자료를 분석한 결과 8509건 중 8386건에서 외국어가 1개 이상 등장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외국어 사용에 앞장서는 모습은 보기에 썩 좋지 않다.

어려운 외국어가 세련돼 보일지는 모르지만, 정책 입안 취지를 흐리게 하고 시민들의 이해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정책명을 만들기 전에 “평범한 시민들이 과연 이 말의 뜻을 쉽게 알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