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이어지는 트럭들의 행렬, 연신 고막을 울리는 경적 소리, 육중한 엔진 굉음과 함께 뿜어지는 매연. 맹렬하게 달려드는 집채만한 트럭들에 피켓 잡은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콧속이 새까매지는 것만이 아니라 생명의 위협마저 느낀다.

지난 4월부터 3개월째 인천항사거리에서는 1인시위가 진행 중이다. 47개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인천내항 및 주변지역 공공재생 시민행동'이 해양수산부와 인천항만공사에 '내항 땅장사 중단 및 시민 환원'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릴레이로 이어오고 있다. 오전 1시간인데 1인 시위 참가자들은 여느 시위보다 훨씬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인천항만공사는 인천내항 1·8부두 항만 재개발을 직접하겠다며 보완용역 중이다. 곡물창고였던 공간은 상상플랫폼으로 곧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인천시는 상상플랫폼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며 시민참여단, 전문가컨설팅 등을 통해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추진하고 있다.

또 1·8부두 개방을 위해 27억원을 편성했다. 8부두 주차장 자동차극장에서는 절찬리 영화상영 중이라는 소식이다. 전철에 내려 잔잔한 내항 수면에 비친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고 산책할 날이 머지않았다.

인천은 수도권의 관문으로 바다도시이고 항구도시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바다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월미도, 연안부두, 소래포구 등 바다를 접할 수 있는 곳은 극히 일부다. 그나마도 갇힌 바다다. 대부분 인공인 해안으로는 산업시설과 항만시설이 가득 들어차 있다.

황해로, 세계로 향하는 꿈을 우리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드넓은 바다로의 꿈과 희망, 내일을 이야기해야 할 때 우리는 고밀도 개발이냐 저밀도 재생이냐를 따지고 있다. 시민들의 쾌적한 생활환경, 아이들의 미래 비전, 균형 잡힌 도시재생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경인고속도로는 남북, 동서 인천 단절의 상징이다. 높고 칙칙한 방음벽은 회색도시 인천을 상징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매연과 소음, 미세먼지는 환경개선대상 0순위이다. 경인고속도로는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다가 상당구간이 인천시로 이관되었다. 제1경인고속도로의 새로운 이름은 인천대로다. 10.48km! 역사적, 공간적 의미뿐 아니라 미래적 가치 또한 결코 작지 않다. 단순히 방음벽만 허물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폭이 불과 30m 남짓이지만 주변지역, 인천내항의 바다와 연계한 '인천숲'을 그린다면 인천은 정말 살고 싶은 도시가 될 것이다. 2001년 제2경인고속도로가 생겼고 곧이어 제3경인고속국도도 개통했다. 제1경인고속도로 직선화구간이 뚫렸고 제1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 이어 제2외곽순환고속도로도 공사 중이다. 인천은 이미 공업도시이고 아파트도시이며 '고속도로' 도시이다. 이제는 사람을 생각하자.

내항은 인천대로가 끝나는 곳에서 불과 500m다. 지척이다. 인천대로에서 40m 도로가 인천항 3부두 입구까지 이어져 있다. 3부두 입구에는 인천지방해양수산청, 국립인천검역소,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인천항보안공사가 있고 남항 석탄부두와 인천역을 잇는 철길로 제2국제여객터미널 부지로 이어진다.

향후 인천의 50년, 100년의 미래를 좌우할 도시재생의 축이다. 경인고속도로 일반화사업 따로 인천내항 재생사업 따로가 아니라 함께 계획해야 한다. 중앙정부 따로 지자체 따로가 아니라 시민들과 같이 설계하자.

내항과 경인고속도로는 인천지역경제와 국가경제발전을 견인했다. 수도권 물류 대부분을 책임졌다. 항만과 공장, 고속도로가 주거지대와 혼재되었고 단절된 공간이 되었다. 내항과 경인고속도로는 집단민원 발생지나 도시발전의 저해요소가 아닌, 인천 나아가 수도권의 도시재생을 견인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성과급을 위한 땅장사가 아닌, 잠깐 머물다 떠날 인천이 아닌, 대대로 뿌리내리고 살아갈 터전으로 인천을 함께 꿈꾸자. 이를 위해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숲을 만들자. 철책을 걷어내고 바다로 가자.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