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제
실효성 없는 정책 비판 나와
도 북부 21만명 중 6749명만 반납
예산 부족에 보상금 지급 못하기도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반납 /출처=연합뉴스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반납 /출처=연합뉴스

경기도와 북부지역 일선 시·군이 추진 중인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제'를 두고 의욕만 앞선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제도를 시행하면서 고양·남양주·포천시 등 일부 지자체가 면허 반납자에게 지역 화폐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북부지역 반납 대상자 21만명 중 지금까지 스스로 면허를 돌려준 고령운전자는 불과 6749명(3.2%)뿐이다.

1일 경기도와 북부지역 10개 시·군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고령운전자(만65세 이상) 면허 자진 반납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를 줄이고자 민선 7기에서 처음 도입했다. 해당 지역 경찰서에 면허를 스스로 돌려주면 10만원짜리 지역 화폐를 주는 방식이다. 예산은 도와 일선 지자체가 반반씩 부담한다.

현재 북부지역 면허 반납 대상자는 총 21만명이다. 고양시가 6만1000명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남양주시 4만2000명, 파주·의정부시가 각각 2만6000명, 양주시 1만4000명, 포천시 1만2000명, 구리시 1만1000명, 가평군 6700명, 동두천시 6500명, 연천군 4500명이다.

그러나 제도 시행 뒤 지금까지 해당 지역 경찰서에 면허를 자진 반납한 북부지역 고령운전자는 6749명(5월 말 기준)에 그치고 있다. 도와 일선 지자체가 면허 반납의 당위성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탓이다.

고양시민 A(68)씨는 “그깟 10만원짜리 지역 화폐를 받으려고 면허를 반납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라며 “고령운전자를 마치 교통사고의 주범처럼 몰아가는 정책이다.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자체는 예산 부족으로 면허 자진 반납자에게 지역 화폐를 주지 못하고 있다.

고양시는 면허 반납자 2500명 중 940명에게 지역 화폐를 지급하지 못했다. 남양주시도 반납자 1394명 중 94명에게, 포천시도 반납자 163명 가운데 55명에게 지역 화폐를 아직 못 줬다.

포천시민 B(72)씨는 “5분 만에 반납했는데, 지역 화폐 지급은 아직도 안 됐다”면서 “제도를 시행할 땐 미리 준비하는 게 순서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도의 추경 예산이 반영되질 않았다”며 “전액 시비로 지역 화폐를 주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했다.

도 관계자는 “반납 대상 운전자가 많은 일부 지자체는 예산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라며 “이달 초에 면허 반납 실태를 점검해 대책을 세울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의정부=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