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본인만 아는 법, 법보다 마음 읽어내라
▲ 소를 반(半)으로 자르기 위해서는 칼( )을 쓰는 것이 바른 판단(判판)이다. /그림=소헌

 

“여봐라, 개작두를 대령하라!” 지엄한 ‘판관 포청천’의 명령이 떨어지면 재판석은 이내 사형장으로 바뀌고 곧바로 죄수의 목이 잘려나간다. 25년 전 매우 흥미롭게 보았던 송나라 때 이름난 판관 ‘포증’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제목과 함께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 소품이 있다. 개작두, 호작두, 용작두는 사형수의 신분에 따라 처분을 달리한 것인데, 그중 용작두는 임금의 직계까지도 즉결심판한다는 상징성을 지닌다. 그럼으로써 차별 없는 정의사회를 구현한다.

남이 그린 그림에 두어 번 붓질하고는 자기가 그렸다고 속여 1억5000만 원이나 먹은 가수에게 대법원은 무죄로 판단했다. 판사는 ‘법률에만 숙련된 사람이 회화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했으며, 피고인은 ‘민중이 알아먹기 쉬운 현대미술’이라고 응수했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이재용씨를 기소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권고를 내놓았다. 이 권고가 법적 강제력은 없으나 앞선 8차례 모두 결과에 따랐다고 하니 이번에도 그럴 것으로 본다. 이제 그가 선택할 것은 법이 아닌 양심良心 뿐이다. 주가조작, 회계사기, 떡값뇌물 등을 심판할 판관도 필요 없게 되었다.

판관오청(判官五聽) 재판관은 판결할 때 다섯 가지를 두루 살펴라. 오청五聽이란 정약용이 <흠흠신서>에서 제시한 방법이다. ①사청辭聽(말이 번거로운가) ②색청色聽(얼굴빛은 평온한가) ③기청氣聽(숨소리는 고른가) ④이청耳聽(거짓을 잘못 듣는가) ⑤목청目聽(눈빛이 진실한가). 진실은 오직 본인만이 알 뿐이니, 단지 법조항에 얽매이지 말고 마음을 읽어내라는 뜻이다.

 

判 판 [판단하다 / 가르다]

①半(반 반)은 소(牛우)를 반으로 나누는(_) 것으로서, 한 물체를 둘로 똑같이 나눈 것이며 ‘중간’이라는 뜻을 갖는다. ②刀(도)는 윗부분에 뾰족한 날이 있어 적의 칼날을 막아내는 한쪽 날로 된 칼이다. 주로 전투용으로 사용한다. 고대에는 화폐를 뜻하기도 하였으며, 칼날이 선 것처럼 칼(刀)의 모양이 변하면 ‘날카롭게 날이 선 칼’ _(도)가 된다. ③아무래도 소를 정확히 반(半)으로 자르기 위해서는 도끼보다는 칼(_도)을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判판)이라고 여긴다.

 

官 관 [벼슬 / 벼슬아치 / 관청]

_①_(呂 법칙 려)는 척추뼈들(口+口)이 일정하게 이어져(ㅣ) 있다하여 ‘법칙’이 된다. ②관청(_면)에서 정해진 법칙(_)대로 일사분란하게 일하는 사람을 벼슬아치(官관)라고 한다. ③官의 ‘_’를 阜(언덕 부) 변형으로 보기도 한다. 언덕(_) 높은 곳에 집(_면)을 지으면 관청(官관) 아니면 관리가 사는 관사(官舍)인 것이다. ④官(관청 관)을 지붕(_면)들이 마치 등뼈(呂려)처럼 연결된 모습을 한 宮(집 궁)과 혼동하지 말자.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다투다가 과반過半 여당에서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차지했다. 제1야당은 ‘일당독재가 시작되었다’며 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는데, 국회의장은 ‘여야는 국민과 역사의 두려운 심판審判을 받을 것’이라 대꾸했다. 그렇다. 과거 봉건주의 아래에서는 官(관)이 재판을 하였다면, 민주주의에서는 民(민)이 그 일을 맡는다. 권력의 숨은 짧지만 민중의 숨은 길다고 하였다. “아그야? 슬슬 ‘호작두’ 준비해야 쓰겄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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