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벌·딱정벌레 몸체 청록색 등 생생하게 보존…"백악기 색깔"

 

▲ [NIGPAS 제공]

 

화석 속 생물은 대부분 살아있을 때 가졌던 색을 잃고 탈색된 상태로 발견된다. 생전의 색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표면의 미세 구조가 보존되는 일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고생물학자들이 송진이 굳으면서 만들어진 호박(琥珀) 속에서 약 9900만년 전 공룡과 같이 살았던 작은 곤충들의 '살아있는' 색깔을 찾아내 학계의 관심을 받고있다.

연합뉴스와 중국과학원에 따르면 난징 지질·고생물학연구소(NIGPAS)의 차이천양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얀마 북부 호박 광산에서 곤충이 정교하게 보존된 호박 35개를 모아 분석한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최신호에 발표했다.

열대우림 환경에서 자란 고대 침엽수에서 나온 수지가 주성분인 이 호박들은 공룡시대 황금기인 약 9천900만년 전 백악기 중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 호박들에 갇혀 화석이 된 곤충 중에는 머리와 흉부, 복부, 다리 등이 청록색과 황록색 등의 색깔을 가진 '청벌'(cuckoo wasp)이 포함돼 있다. 이런 색깔은 현재의 청벌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지적됐다.

청벌 이외에 청색과 보라색을 가진 딱정벌레 종(種)과 암녹색을 띤 등에 등도 포함돼 있다.

논문 공동저자인 황디잉 교수는 "수천개의 호박 화석을 봐왔지만 이번 호박 화석처럼 색깔이 잘 보존된 것은 극히 드물다"고 했다.

고생물 색 복원 전문가인 NIGPAS의 판양훙 교수는 "생물 표면의 나노구조가 특정 파장의 빛을 분산하고 매우 강렬한 색을 만들어내는데, 호박 속 화석에 보존된 색도 이런 '구조색'(structural color)"이라고 설명했다.

물질 고유의 색소에 의한 것이 아니라 표면 구조에 의해 빛이 회절하거나 간섭하면서 나타나는 색으로, 공작의 날개를 비롯해 일상에서 접하는 많은 색이 이런 구조색이다.

연구팀은 호박 속 보존된 곤충의 색이 9천900만년 전 실제 색과 같은지 등을 분석하기 위해 다이아몬드칼을 이용해 색깔이 남은 청벌의 겉껍질과 탈색된 각피(殼皮) 샘플을 절개해 전자 현미경으로 분석했다.

▲ [NIGPAS 제공]

 

그 결과, 색깔을 가진 청벌 화석의 겉껍질은 빛을 분산하는 나노구조가 잘 보존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호박 속의 색깔이 백악기 때 갖고있던 것과 같은 색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색깔이 보존되지 않은 화석에서는 각피 구조가 크게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현재의 청벌이 '뻐꾸기 벌'이라는 별명처럼 알을 다른 벌집에 낳는 습성을 갖고있다면서 화석 속의 백악기 청벌도 다른 벌집에 몰래 알을 낳는데 구조색을 이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이 부교수는 이와관련 "현재로서는 구조색이 위장용 이외에 체온조절 등과 같은 다른 용도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