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한 달 분량 CCTV 영상 확보
방과후 간식 미보존 이유 확인 계획
▲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안산시 상록구 A 유치원에서 29일 오후 상록경찰서 수사관들이 유치원으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CCTV 자료 등이 담긴 상자를 들고나오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안산의 A유치원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식중독을 일으킨 원인균을 규명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29일 안산상록경찰서는 A유치원을 찾아 최근 한 달 치 분량의 유치원 내 CCTV 영상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이 영상을 분석해 식중독 사건 발생 전후인 지난 10일 수요일부터 15일 월요일까지의 방과 후 간식이 보존되지 않은 이유를 확인할 계획이다.

보존식은 식중독 발생 등에 대비해 집단급식 시설에서 의무적으로 음식 재료를 남겨 144시간 동안 보관해야 한다. 이 유치원은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간식 등 6건의 보존식을 보관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보건당국이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지 20일이 되도록 식중독을 일으킨 원인균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중요한 단서가 될지 모르는 보존식이 왜 없는지에 대해 경찰은 우선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유치원 원장은 “급식의 경우에는 보존식으로 보관했지만, 저의 부지로 방과 후 제공되는 간식의 경우에는 보존식을 보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의 CCTV 분석은 혹시 식중독 사고 이후 유치원 측이 고의로 보존식을 폐기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 살펴보는 데 집중될 예정이다.

그러나 형사처벌을 비롯해 이 유치원에 대한 이번 사고의 책임을 물으려면 식중독의 원인균인 장 출혈성 대장균이 유치원에서 제공한 음식이나 유치원의 조리칼, 도마 등에서 검출돼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원인균이 유치원 측에서 나와야 비로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며 “이 부분은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 달린 것이어서 경찰은 우선 CCTV 분석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식중독 증상을 보인 일부 원아는 일명 햄버거병(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증상으로 신장투석 치료까지 받을 정도로 감염 상황이 심각한데, 유치원 어디에서도 아직 대장균 원인균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보존식이 보관되지 않았던 간식 메뉴가 집단 식중독을 유발한 식품으로 의심되고 있다.

안산시 상록수보건소가 밝힌 A유치원에서 집단으로 식중독 증상을 보인 원아와 교직원은 전체 202명 중 111명이다. 이 중 장 출혈성 대장균의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 증상을 보인 어린이는 15명이다. 상태가 중한 4명은 신장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번 집단 식중독 원인을 규명하고자 보존식 30여건부터 조리에 사용된 칼과 도마, 문고리 등까지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검체를 샅샅이 검사했다.

또 원아들이 학습 과정에서 물이나 흙 등을 통해 오염물질에 노출된 정황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그 어디에서도 장 출혈성 대장균 원인균이 나오지 않았다.

/안병선·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