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가 오락가락 행보로 빈축을 샀다.

인천 구단은 7연패 등 올 시즌 최악의 성적(2무 7패)에 책임을 지고 최근 물러난 임완섭 감독의 대안으로 췌장암 투병 중인 유상철 명예감독 카드를 불쑥 꺼내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만에 하나 다시 지휘봉을 잡은 유 명예감독이 전쟁터와 같은 승부의 세계에서 다시 스트레스를 받아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는 우려와 질타가 쏟아지자 이를 전격 철회했다.

이런 배경에는 “만약 복귀 이후 유 감독의 건강이 다시 나빠지면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박남춘 구단주(인천시장)가 감당해야 한다“는 인천시의 부담도 크게 작용했다.

앞서 인천 구단은 28일 임 감독의 사퇴를 결정한 뒤 새 감독 물색에 나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 구단은 그 이전 이미 유상철 명예감독을 만나 어느정도 복귀에 합의한 상태였다.

“항암치료를 마친 유 명예감독은 건강을 많이 회복했고, 대외 활동도 가능하다“는 의사의 소견도 받았다.

실제 유 명예감독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경기를 포함, 시즌 개막 뒤 인천의 홈 경기와 수도권 원정 경기를 직접 관람할 정도로 인천 구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최근에는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이전보다 건강해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임 감독 사퇴가 결정되자 유 명예감독의 복귀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 명예감독은 지난해까지 인천 감독을 지냈기에 팀을 가장 빨리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적임자일 수 있다.

또 '유상철' 그 이름 자체만으로 선수단을 똘똘 뭉치게 할 수 있는 아우라가 있을뿐 아니라, 지난 시즌 인천의 잔류를 이끈 경험도 있다.

하지만 29일 오전 이런 분위기가 외부에 알려지자 찬성보다는 오히려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유 명예감독은 완치 판정을 받은 것이 아니라 단지 항암치료가 끝났을 뿐인데, 그를 다시 전쟁터와 같은 그라운드에 세우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문제제기다.

인천시 안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29일 내내 여론 동향을 살핀 인천시 관계자는 “최악의 경기 결과가 이어지며 인천 구단이 이전과는 결이 다른 엄청난 비판과 조롱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구단쪽에서 심사숙고 없이 이를 한번에 뒤집을 반전카드만 찾다가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본다. 유 감독 복귀 카드는 언제든 독배가 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냉정한 현실 인식“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인천 구단은 이날 오후 5시쯤 ’인천 유나이티드, 새 감독 찾는다. 유상철 명예감독 복귀설 일축’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인천 구단은 “유 명예감독 치료를 담당한 의사와 정확하고 면밀한 상담을 통해 정식 감독 복귀 여부를 결정키로 했는데 담당 주치의로부터 ‘발병 초기보다 병세가 호전된 것은 확실하나 프로구단 감독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유 명예 감독 복귀에 대한 논의를 전면 백지화하고 임중용 감독대행 체제로 당분간 팀을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인천을 위해 헌신하려는 유 명예 감독의 뜻은 잘 알고 있지만, 건강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명예 감독으로서 신임 감독이 선임될 때까지라도 팀에 대한 조언 등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남춘 구단주도 “유 명예 감독의 팀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은 잘 알고 있지만,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건강을 회복해 팬들과 한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