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사람의 삶에서 어리석음은 생활의 한 부분이다.

어리석음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의식이 없는 어리석음이다. 이건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면서 자신이 전혀 그 어리석음을 모르는 경우다.

또 다른 어리석음은 명료한 어리석음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면서 때때로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고 있다. 자신의 행동이 어리석다는 걸 알면서도 그 어리석음을 멈추지 못한다. 우리는 이런 어리석음을 매일처럼 저지르고 있다. 일을 자꾸 미룬다거나 쉽게 화를 낸다거나 지각을 상습적으로 하거나 금연이나 금주 선언을 한다. 예는 수없이 많다. 그리고 다시 저지른다. 습관처럼 반복하는 어리석음이라고 할까.

그런데 왜 고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 어리석은 행동에서 오는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의식적일 수도 있고 무의식적일 수도 있다. 즉, 어리석어 보이는 행동이 주는 쾌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에게나 남에게 피해가 줄 정도의 어리석음의 반복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이런 반복적인 행동에는 단순히 쾌락의 문제가 아니라 더 큰 개인적 이슈가 있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강박적 행동이 심해진다. 예를 들면 가스 불을 제대로 잠갔는지 확인하는 행동을 계속 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보인다. 그래서 신발까지 다 신은 다음 다시 벗고 들어가 확인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나갈지 출입문 앞에서 고민한다. 이런 확인이 한두 번 정도라면 괜찮다. 본인만 귀찮을 뿐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스트레스가 아주 심해지면 가스 불을 확인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한다. 결국 그 사람은 집을 떠나지 못해 예약한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그때 비로소 이 사람은 자신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어쨌든 어리석음을 즐기는 인간은 없다. 아니 어리석음을 즐길 수도 있다. 우리는 어리석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다만 그로 인한 대가를 자신이 오롯이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어리석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런 어리석음은 실수가 아니라 민폐다. 어리석은 행동이나 판단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상황의 탓도 남의 탓도 아니다. 어떻게 매번 재수가 없고 남이 나쁠 수 있는가.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것은 상황이나 남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양혜영 정신분석상담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