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려는 쪽 - 받기싫은 쪽 … 3년째 기약없는 갈등

화성 화옹지구 최적지로 평가

찬성측 “지원금으로 지역발전”

반대측, 반감 해소 설득 역부족
철새도래지로 환경 훼손 지적도

국제공항 건설 통합운영 주장
끼워팔기 논란에 대립 불러와

정부·도 무중재에 사태 심화
넓은 시각 숙의과정 필요 의견
▲ 수원 시내 상공을 전투 비행기가 날고 있다. /인천일보DB
▲ 수원 시내 상공을 전투 비행기가 날고 있다. /인천일보DB

‘군공항’만 언급해도 진저리를 내는 수원과 화성 지역의 갈등은 ‘보내려는 쪽’과 ‘받기 싫은 쪽’으로 정리된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선 군공항은 1954년 국군이 운영한 뒤, 무려 70년 가까이 제자리에 있다.

전투기는 전술훈련으로 매일 뜨고 내리며 강력한 소음을 낸다. 공교롭게 수원과 화성이 대도시로 발전하면서 그 공역이 인구밀집지와 겹쳤다. 주거지와 직장, 학교까지 많은 사람의 일상이 있는 곳이다.

주민들은 수십년 동안 국가를 상대로 해결을 촉구했고, 2013년 도심 속 군공항을 이전하는 내용의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드디어 끝났다”는 안심은 잠시 뿐이었다.

2017년 2월 화성 화옹지구가 군공항을 옮길 최적지로 평가되자, 이전을 환영하는 의견과 저지하는 의견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화성은 도심에 해당하는 동부지역과 화옹지구가 위치한 서부지역 간 민-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찬성 쪽은 소음 등 피해를 해결하고, 특별법상 정해진 지원(5000억원 이상 예정)으로 지역발전을 일궈낸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새로운 군공항은 국제공인축구장 면적(7140㎡) 400개 이상을 합한 '소음완충지(약 287만6000㎡)'를 두기도 하지만, '어쨌든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근본적인 반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반대 입장의 핵심인 '주민과 충분한 사전 논의도 없이 추진한 점'은 어떤 해명에도 풀기 어려운 실정이다. 화옹지구는 철새도래지라는 점에서 환경훼손 지적도 있다.

요즘은 수도권 항공수요 분산, 화성 동·서부 균형발전 등 측면에서 군공항을 군·민이 통합 운용하는 '국제공항'으로 짓자는 민심도 가세하고 있으나 '끼워 팔기'라는 원성이 들고 일어나는 등 또 다른 대립각이 생겼다.

 

#정부, 경기도는 '강 건너 불구경?'

수원·화성 주민들의 갈등이 풀리지 않는 데에는 정부와 경기도가 한몫했다는 시선이 많다.

이해관계가 있음에도 중재에 전혀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군공항 이전 업무의 실질적 주체인 국방부는 사업 진행 등 본 절차에는 힘을 기울이지만, 이전 신청지와 예비이전후보지와의 대립에는 끼어들지 않겠다는 '중립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국방부는 2018년 주민단체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6·13 지방선거가 이후 전문 업체에 용역을 맡겨 설명회를 마련한다는 내부 계획을 수립해놓고 그해 폐지시키기도 했다.

광역단체로서 기초단체의 분쟁조정 의무를 가진 경기도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두 기관은 공통적으로 '둘 사이에 개입해서 좋을 것 없다'는 사유를 내비치지만, 주민들은 '알아서 하라'는 의도로 이해한다.

'제3자의 공백'은 줄곧 갈등을 키웠다. 현재 수원시와 화성시는 군공항 이전이 국가사무에 해당하는지, 소음피해 없이 설계가 가능한지 등 몇 가지 사안을 놓고 밥 먹듯이 싸우고 있다.

상반된 입장을 가진 주민들도 지자체 장단에 맞춰 감정적인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나 도가 설득과 해명 과정 정도만 밟았어도 논란거리를 다소 해소할 수 있었을 것 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도 이와 관련한 고민이 부족하다. 이 법안은 군공항 이전 및 이전부지 심의·선정, 이전부지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체계 등이 담겨있다.

모두 주민들에게 영향이 미칠 내용이지만, 아이러니하게 설명과 논의를 주고받는 '공론' 과정은 반영되지 않았다. 공청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도 '이전후보지 확정'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그 전의 단계는 주민의 손을 벗어나는 구조다.

최근 사업의 지연을 예방하고자 이전건의 신청 후 360일 내 적합성 검토, 30일 내 설명회 개최, 90일 내 예비이전후보지 선정 통보 등 절차마다 기한을 주는 법 개정안이 발의돼 반대 주민들이 “갈등 해결도 없이 강행한다”며 항의하고 있다.

 

#'복잡한 갈등', 해답은 결국 주민이

군공항 이전의 찬·반 양론은 모두 일정 타당한 논리를 가지고 있어 어느 한쪽 방향으로 쏠릴 시 막대한 지역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정부와 도가 쉽게 움직이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갈등분야 전문가들도 현 복잡한 사태의 해결 가능성을 놓고 고개를 절레절레 한다. 다만 한 가지 희망을 제시한다. “주민에게 맡겨보자”는 것이다.

주민 간 합의가 형성되려면 기본적으로 의논이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형편을 짚고, 옳고 그름을 따지고, 잘하면 상생 가능한 대안까지 찾을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개입은 필요 없다. 공신력을 갖춘 연구기관이 객관적인 사실을 검증하는 등 최소한의 중재만 있으면 된다.

'공론화'로 불리는 이 과정은 미국·독일·프랑스 등 많은 국가들도 주목한다. 피살사건이 발생할 정도로 심각했던 공항 갈등 사안에 도입된 뒤, 극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타결되는 등 긍정적인 결과물을 내놨다.

반면 찬·반 여론을 풀지 않은 채 추진을 강행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등 주민 간 소통을 필수로 취급하지 않아 사업이 결국 비관적인 결과물로 연결된 경우가 다반수다.

지난 2월 한국갈등학회가 제주 제2공항 건설과 직접 이해관계에 놓인 단체 소속 주민 32명을 조사한 결과, '합의형성 전망'에 대해 모두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대표적 원인은 '정보제공', '상호 간 불신'이었다. 수원·화성지역에 만연한 갈등도 주민 의견으로 다져진 기반을 마련하지 않으면 해결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형준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는 “군공항 이전은 당장이 아니고 미래를 바꾸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지금의 찬·반 논리만으로 어떻게 못한다”며 “넓은 시각에서 두루두루 접근하는 숙의과정만이 답”이라고 밝혔다.

 

#군공항 이해관계 주민, “해결하자” 한 마음

실제 수원과 화성지역의 주민들은 군공항 이전 사업과 관련한 갈등에 대해 진전 없는 찬·반 대립보다 묘수를 찾아 풀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민들은 갈등 원인과 접근 방향에 대해서도 나름의 해답을 제시한다. 정답이 될 수 없더라도, 사업의 갈피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정부와 갈등 해소를 고민하는 정치권이 유심히 봐야 할 대목이다. 이런 가능성은 인천일보가 연속 개최한 '지상좌담회'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본보는 3년째 갈등 국면에도 공론의 장이 부재하다는 점에 착안, 최초로 찬·반 입장을 가진 주민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의견을 들었다.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찬·반 단체 활동 주민들도 포함했으며, 정리된 의견은 국회 및 국방부에 그대로 전달해 반응을 살폈다. 좌담회 내용, 해설 등은 5차례 연재되는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군공항 피해' 어떻길래?
굴착기 정도 소음의 일상 파괴…어린아이 놀래고 대화 불가능

여태 중앙부처, 법원 판결, 시민단체 등이 낸 무수한 조사 및 의견을 보면 ▲해외보다 높은 소음도 ▲통상의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정도) 넘어선 수준 ▲청력장애 유발 등 각종 해가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난해 인천일보 조사에서 전투기 소음에 노출된 수원·화성 대략적인 면적은 약 34.2㎢이고, 노출 인구는 25만3044명(수원18만6456명·화성6만658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지 미등록 등 변수를 감안하면 실제는 더욱 많다.

소음은 예를 들어 90웨클(WECPNL·항공소음단위) 지역의 경우, 가동 중인 굴착기를 마주한 정도의 체감을 준다. 사람 간 대화는 불가능하고, 어린 아이의 경우 소스라치게 놀라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다.

2009년 서울대학교 환경소음진동연구센터의 연구결과 수원 평동 지역은 90~95, 일부는 100웨클까지 측정됐다. 서둔동·탑동·구운동은 80~95웨클로 나타났다. 화성 병점동·진안동 지역도 75웨클부터 많게 90웨클 이상이 오간다.

재산손해는 덤이다. 2015년 11월 기준 수원 약 58㎢ 화성 40㎢에 달하는 면적이 각각 '고도제한'으로 인해 개발규제를 받고 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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