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매체서 南 군사훈련 비난 1건만 보도…노동신문에 김영철 담화도 싣지 않아

 

▲ 24일 오전 파주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지역에 대남 확성기 시설이 철거되어 있다. 아래 사진은 전날 같은 지역에서 보였던 확성기 시설. 2020.6.24

 

북한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하겠다고 밝힌 뒤 대남비난 기사를 통한 여론전도 사실상 중단했다.

25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조선중앙TV 등 북한 대내 매체를 확인한 결과 이틀째 대남비난 기사가 단 한 건도 보도되지 않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날 전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는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관련 기사가 여러 건 실렸지만, 남측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미국에 전쟁 발발의 책임을 돌리는 수준에 그쳤다.

전날 밤 발표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정경두 국방부 장관 겨냥 담화도 실리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은 담화에서 "자중이 위기 극복의 '열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도 "남조선 당국의 차후 태도와 행동 여하에 따라 북남관계 전망에 대하여 점쳐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상당히 수위가 낮은 이 담화는 조선중앙통신과 평양방송 등 대외매체를 통해서만 보도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 이후 북한이 대남 비난 공세를 자제하는 연장선에서 이해된다.

그간 노동신문에서 자주 등장하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주민 반응 기사 역시 종적을 감췄다.

대남 비난의 선두에 있는 대외선전매체에서도 이틀째 비난 기사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민족끼리'가 이날 새벽 '파국적 후과를 초래할 군사적 도발 망동'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 군의 경북 울진 합동 해상사격훈련과 '소링 이글' 공중전투훈련, '확고한 대비태세' 발언 등을 문제 삼았을 뿐이다. 북한은 항상 한미 또는 남측의 군사연습에는 민감하게 대응하며 반발해왔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전날 새벽 내보냈던 대북전단 살포 비난 기사 10여건을 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 보도 이후 삭제했다.

북한은 그간 전 주민이 보고 듣는 대내용 매체를 통해 남측에 대한 적개심을 고조시키는 등 여론전을 펼쳐왔다.

지난 4일 노동신문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남한 당국의 묵인을 비난하는 담화가 실린 것을 기점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대남비난과 주민 반향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전날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23일)에서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향후 남측 당국과 한반도의 정세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남 비난과 강경 행보를 재개하는 등 대응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