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보다 피해회복·문제해결 집중
갈등관리전문가 참여 '만족도 80%'
작년 도입 후 8개 경찰서 확대 시행

지난해 인천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20)씨는 층간소음을 견디다 못해 천장을 치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두려움을 느낀 위층 주민 B(40·여)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급기야 A씨는 B씨 집 현관문을 파손하기에 이르렀다.

재물손괴 혐의로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단순히 형사적 책임만 지게 하면 A씨가 추가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해 '회복적 대화'를 시도하기로 했다.

이후 A씨는 B씨가 느낀 두려움을 들으며 폭력을 행사한 사실에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를 키우는 B씨 가정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경찰은 이런 대화 내용을 첨부해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은 A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인천경찰청은 지난해 계양경찰서에서 시범 운영한 회복적 대화 제도를 인천지역 8개 경찰서(강화서·미추홀서 제외)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회복적 대화는 가해자 검거·처벌에 초점을 둔 기존 형사사법체계와 달리 '피해 회복'과 '갈등 해결'에 집중하는 경찰 제도다.

경찰이 회복적 대화 대상을 선정하면 갈등 관리 전문기관이 대화를 주도해 나가며 문제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요구와 피해 회복이 무엇보다 중시된다. 경찰은 사안의 경중과 회복적 대화 결과를 고려해 사건을 처리한다.

인천에서 처음 이 제도를 도입한 계양서에선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모두 11건을 접수해 재발 방지·관계 회복 약속 3건, 가해자 사과 3건, 피해 변제 1건 등 주목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 내며 제도 취지에 맞는 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나머지 4건은 피해자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가 철회해 무산됐다.

특히 회복적 대화를 시범 운영한 계양서 등 수도권 15개 경찰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해자·피해자·경찰관 모두가 이 제도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화 결과에 만족한 가해자·피해자는 80%가 넘었고, '경찰 단계에 필요한 제도'라고 답변한 경찰관도 70%에 가까웠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회복적 대화는 경찰 단계에서 갈등이나 분쟁을 겪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해결 방안을 모색해주는 제도”라며 “갈등 관리 전문가가 직접 참여해 대화를 이끌고 있는 만큼 피해 회복과 갈등 해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 4월부터 8개 경찰서로 확대 시행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