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에 호소해도 안산·의왕·하남·가평 4곳만 실시
골든타임 2배 효과에도 의무 아니라 우선순위서 밀려
소방본부 “도민 생명·안전위해 중요 … 하루빨리 확대를”

'화재현장 골든타임'을 위해 소방차가 진입 시 신호등을 초록불로 바꾸는 시스템이 뛰어난 효과에도 불구하고, 경기지역에서 여전히 찬밥 신세다.

2년 전 현장도착 시간을 크게 단축한 성과로 정부가 확대 방침까지 세웠지만, 대부분 지자체가 예산 등 문제로 꺼리고 있다.

22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긴급차량 우선 신호시스템은 소방차가 100m 안으로 접근하면 신호등이 반응해 초록 불로 바뀌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정지하지 않고 바로 통과가 가능해 불필요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2017년 의왕시에서 처음 시범 운영했다. 모락로사거리~고천사거리 1.8㎞ 정체 구간에서 최대 60% 가까이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정부는 이 결과를 토대로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경기지역이 시급했다. 전국 3만9970건 기준으로 23%에 달하는 9398건의 크고 작은 불이 잇따르고 있지만, 교통난 등으로 제때 현장에 도착하지 못할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차량 등록 대수(2019년 기준)는 577만대로 2017년 537대보다 40만대 늘었고, 서울과 256만대나 차이 난다. 각 도로에 서울 557만대보다 130만대 많은 693대가 돌아다녀 혼잡하다.

1개 소방센터당 담당 면적도 56㎢로, 서울시(5㎢)의 11배가 넘다 보니 평균 도착 시간이 8분18초다. 전국 평균(7분 15초)보다 63초가 늦은 시간이다.

도내 소방은 2년 전부터 필요성을 각 지자체에 피력했으나 아직까지 안산, 의왕, 하남, 가평 등 4곳만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소방에서는 지자체가 의지가 부족해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스템 도입 여부는 신호등 유지관리 권한이 있는 지자체에 있다. 소방이 요청하면 지자체가 판단해 설치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의무조항도 아니다 보니 예산이 부족하거나, 시급성이 낮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미룰 여지가 크다.

소방에서 지난해부터 각 지자체와 협의를 이어오고 있으나 대부분 예산 문제 등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천소방서는 주 출동 도로인 3번 국도에 신호등이 많아 시간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도입해 줄 것을 시에 요청했으나 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이천소방서 관계자는 “올해 초 협의했으나 3∼4개월 넘도록 지지부진하다. 관심이 없어진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아직 도입한 지자체가 많지 않아 실효성 등을 검토하고 있고, 추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도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중요하고 효과도 검증됐는데 관심밖에 둔 것 같아 걱정”이라며 “소방에서 자체 추진도 어려워 방법이 없다. 하루빨리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