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말 안 해도 작은 불편함까지 챙기겠다”
▲ 더불어민주당 청년 비례 1번으로 10대 경기도의회에 입성한 오지혜 의원.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오지혜(비례대표, 35) 경기도의원은 특이한 이력의 정치인이다. 그는 발명가 아버지 밑에서 자란 탓에 어린 시절 꿈은 '과학자'였다.

주변 모든 것의 원리를 파헤치고 싶었고 그 이론을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었다는 그는 이론을 알면 반드시 실험해봐야 했고, 수능을 앞두고도 친구들·선생님과 관련 모임을 만들어 과학실에서 실험하거나 공부를 하곤 했다. 이후 국민대학교 산학협력단 소속 전임연구교수로 연구 활동과 동시에 일반화학 강의를 진행했다.

오 의원은 대학교 시절 학자금대출로 대부분 공부를 해왔고, 박사과정 동안 서울시 소재 대학생(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하이서울장학생'으로 선발돼 서울장학재단에서 지원받아 여타 학생들보다 좋은 환경에서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는 “돈이 있어야만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비싼 학비를 지불해 사설 학원에 다니는 것이 아닌, 돈이 있든 없든 걱정 없이 누구든 학자의 꿈에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투표는 매번 해왔지만, 정치, 경제 같은 일은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다는 오 의원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정책을 제안, 수립하고 이에 대해 의논하고 실행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 지난 2017년이다. 그해 9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2018년 권리당원이 됐고 파주평화경제시민회의 청년위원장으로 위촉되어 활동했다.

그는 “당시에는 정치에 대해 다양한 지식은 없지만 어린 시절 과학 원리와 이론을 파헤치던 열정을 되살려 더 실용적이고 좋은 세상을 만들어나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청년 비례대표 1번으로 10대 경기도의회에 입성했다.

의원이 된 후 그는 의외의 복병을 만난다. 의회에 가는 길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생각보다 너무 길었다. 그의 집에서 의회까지의 거리는 104km다. 더 멀리 다니는 의원도 있지만 본인도 손으로 꼽히는 거리이지 않을까 싶다는 오 의원. 의회까지 차가 하나도 안 막혔을 때 최단시간이 1시간19분, 제일 많이 걸린 건 2시간40분이었다. 1시간~2시간 회의하러 4시간~5시간 왕복하면 그냥 하루가 지나가 버리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는 오 의원은 “오전에 가다 보면 자꾸 졸음이 와서 가능하면 회의 전날에는 수원에 미리 가서 숙박하곤 했다”고 밝혔다. 그는 “5살 아이를 친정엄마가 돌봐주시니 마음은 편하지만 아이 돌보는 것이 힘든 줄 알기에 항상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라면서 “가능하면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자 하고 있으며 정치인도 언젠가는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한 날이 올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절반이 지나고 있는 올해 의회를 어떻게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오 의원은 “평가에 앞서 올해 의회는 코로나19로 인해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아직도 생활속거리두기로 다수가 모이는 회의가 취소되고 본회의에서 5분 발언, 도정질문 등도 대폭 축소돼 폭넓은 활동을 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제10대 의회 전반기 활동이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이라 더욱 아쉬운 마음이 크다”면서 “앞으로 새롭게 후반기 원구성이 완료되면 제가 속한 위치에서 전반기에 하지 못했던 활동들을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전반기 경제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한 오 의원. 그는 “전반기 경제노동위원회 위원들은 전문가분들이 많았다”면서 “노동계에서 일하셨던 분도 계시고, 노무사도 계시고, 저 같은 경우는 과학기술 관련 일을 했었고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 부분에서 관심을 가지고 전문분야에서 열심히 일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경제과학기술위원회에서 경기도에 노동국이 신설되면서 경제노동위원회로 상임위 명칭이 바뀌었고 그만큼 노동의 가치를 높게 두려 하였다”고 설명했다.

전반기 경제노동위원회는 큰 이슈들이 많이 있었다. 경기지역화폐도입과 사용의 확대, 일본의 경제침략에 맞서 국내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사업을 활성화 시키고자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경기도 소재부품장비 사업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포함해 올해 코로나19로 침체한 경제를 살리고자 많은 사업을 진행했다.

오 의원은 “경제와 노동, 과학기술은 우리 생활 속에서 뗄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며 “그만큼 위원님들 모두 열심히 활동했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민주주의가 한층 더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이 더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민을 위한 모든 업무의 80%는 지방자치단체가 하고 있는데, 정작 예산이나 업무의 중심이 국가에만 의존해 있는 지금의 상황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한과 책임이 한층 더 지방으로 이양되어야만 주민 친화적인 공공서비스를 충실히 제공할 수 있다고 오 의원은 지적했다. 그는 “10대 경기도의회 하반기에는 가시적인 지방분권의 밑그림이 그려야 하는 숙제가 남게 됐다”고 말했다.

다수가 내는 소리는 많이 듣고 그게 실행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하지만 길가에 깨진 보도블록 하나는 모두가 지나다니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리고 누군가 얘기하지도 않는다. 오 의원은 “길가에 깨진 보도블록 하나를 채워줄 수 있는 정치”가 목표라며 “누군가 말하지 않아도 작은 불편함도 느끼고 해소할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오석균 기자 demo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