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이 지사 등 참석…사고 53일만에 엄수
▲ 유족들이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38명이 숨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기 위한 합동 영결식이 사고 53일 만에 엄수됐다. 아들을 잃은 노모는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고, 남편을 떠나보낸 아내는 다음 생에 다시 결혼하자는 약속을 지킨다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지난 20일 오전 10시 이천 서희청소년문화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유족들은 희생자들과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영결식은 묵념과 경과보고, 추모사 및 추모 편지 낭독, 헌화, 영정 및 위패 전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엄태준 이천시장은 조사를 통해 “안전에 대한 인식 부족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불행을 되는지, 사람보다 눈앞의 이익을 앞세우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 한 번 알게 됐다"며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그날을 기억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더욱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우리는 모두 참사의 원인을 너무 잘 알고 있다"며 "최소한의 안전도 돌보지 않는 현장의 열악함, 인력 부족을 핑계 삼아 제대로 단속도 하지 못하고 노동 현장을 방치한 우리 사회가 이번 사고의 주범"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발언 이후 유가족들의 헌화 순서가 이어졌다. 어린 아들은 사진 속 아빠를 더는 볼 수 없다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고 자식을 떠나보낸 노모는 주저앉아 억울하고 비통한 심정을 쏟아냈다. 시민들과 각계각층 인사들도 희생자들과의 작별을 함께하는 등 영결식장 전체가 눈물바다였다.

이어 유가족들이 고인을 기리며 쓴 편지를 낭독하는 순서가 진행됐다. 생일 직전에 아버지를 떠나 보낸 딸은 악몽 같은 현실과 상처를 이겨내겠다며 마지막 편지를 전했다.

이 딸은 “사건 당일에도 딸의 생일을 생각하며 연락해주시던 다정한 아빠였다”며 “이런 아빠의 사랑에 보답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말해 듣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영결식을 끝으로 유가족들은 50여 일간 머물던 이천을 떠나 각자 고향에서 친지들과 함께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다만 유가족 협의회는 계속 유지해 책임자 처벌 촉구와 건축주인 한익스프레스와의 회복지원금 지급 방안 논의 등 남은 절차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편, 영결식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 김거성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등 모두 200여명이 참석했다.

/글·사진 홍성용·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