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로 시설·학교 문 닫아
24시간 자녀 돌보는 상황 힘들어

활동줄자 머리찧기 등 돌발행동
경제활동도 못해 '생계 막막'

“발달장애인을 위한 시설들이 문을 닫으면서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요. 아이는 아이대로 답답해하고 보호자는 보호자대로 상황을 감당하기 힘들어 피가 마르는 기분입니다.”

20대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A씨는 요즘 들어 도통 잠을 잘 수가 없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특수학교와 복지시설 등이 폐쇄되면서 24시간 내내 발달장애 자녀를 돌봐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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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야외 활동이 줄어들자 벽에 머리를 찧거나 손톱을 뽑으려는 등의 '돌발 행동'을 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난 자녀에 대한 걱정도 겹쳤다.

A씨는 “아이가 어렸을 땐, 도전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힘으로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점점 힘이 세지고 있어 좀처럼 막을 수 없다”며 “코로나19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려면 집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답답하다며 자꾸만 몸부림치고 끝내 스스로 상처를 입히는 모습을 볼 때면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다”고 토로했다.

그런 A씨에게 더 야속한 문제는 자녀 돌봄으로 인해 도통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자녀를 학교나 시설 등에 보내고 동네 커피숍에서 시간제 근무를 하며 생활비를 벌어 온 A씨는 최근 들어 일을 아예 하지 못하고 있다. 좋은 옷과 음식을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빵으로 허기를 달래야만 하는 현실이 야속할 뿐이다.

A씨는 “코로나19가 끝날 기미가 안 보여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막막한 게 사실”이라며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최근 제주와 광주 등에서 발생한 발달장애 가족들의 극단적 선택이 결코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수원에 사는 B씨 역시 발달장애 자녀 돌봄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초 평소 불편하던 다리에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을 한 B씨는 최근 발달장애 자녀의 돌발 행동을 저지하려다가 수술한 다리 관절이 크게 휘었다.

B씨는 “다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아이를 돌봐야 하기에 도통 입원치료를 못 받고 있다”며 “그렇다고 같이 병원으로 가기엔 혹여 코로나19에 걸릴까 걱정이 돼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음압 및 격리 치료는 비장애인에게도 매우 답답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발달장애인은 더 힘들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사실 B씨는 자녀를 가정에서 돌보는데 데 한계를 느끼고 과거 정신병원에 잠시 자녀를 입원시킨 바 있다. 하지만 병원에 적응하지 못해 수척해진 자녀를 보자 바로 퇴원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후 복지시설 등을 알아보고 다녔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이마저도 물거품이 됐다.

“최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자녀가 집에서 뛰어다니거나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많아 주변 이웃으로부터 소음 민원 등 항의를 받지만 별다른 해결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라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모두 행복하려면 결국 발달장애인이 낮에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나 직업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경기도에는 마땅한 지원 대책 등이 없는 실정”이라고 아쉬워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그동안 발달장애인을 위해 상담과 교육 지원 사업 등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이 사업들은 코로나19 이전에 만들어진 것들이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전문가 조언 등을 토대로 경기도형 발달장애인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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