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판적 이해·분석·창조 역량이 삶의 질 결정”
▲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장영희 센터장은 “인천은 개항장 시기부터 사람과 사물, 문화가 들어오고 나가는 관문으로 개방성을 상징하고 있으며,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장영희 센터장은 “인천은 개항장 시기부터 사람과 사물, 문화가 들어오고 나가는 관문으로 개방성을 상징하고 있으며,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미디어, 모든 곳에 존재하면서 일상 지배
역기능 제어·올바른 활용 역량 중요해져

지난해 수준별 맞춤형 교육 3800명 수강
학교서 허위정보 판별·인터넷윤리 교육

농민·장애인·노인 찾는 '나눔버스' 운영
도서지역 학생 '섬마을캠프'도 진행 지속

스마트미디어 특화 … 드론촬영 강좌 상설화
소외계층 미디어 격차 해소 프로젝트 진행

미디어멘토단 꾸려 교사 온라인 수업 지원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 위한 의견 청취도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는 2014년 8월에 문을 열었어요. 전국의 10개 지역센터를 통합 관리하는 '시청자미디어재단'이라는 공공기관에 속해 있습니다. 인천센터는 구축과 운영을 중앙정부인 방송통신위원회와 지방정부인 인천시가 분담한 독특한 융합모델이지요. '시청자 권익 증대와 미디어의 건강한 발전에 기여'라는 재단의 미션을 인천센터는 미디어교육과 미디어참여 지원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실행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인천센터는 인천시민의, 인천시민에 의한, 인천시민을 위한 미디어 기반시설이자 인천시민의 미디어 역량을 높이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입니다.”

지난 3월말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의 새로운 센터장으로 부임한 장영희 센터장은 1인미디어와 소셜미디어가 대세가 된 시대에 시민들의 미디어 역량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요즘 우리는 미디어로 세상과 소통하고 관계망을 꾸리고 지식을 얻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미디어는 뜻 그대로 매개체이고 모든 곳에 존재하면서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지요. 미디어 환경도 급변해서 신문과 방송 같은 매스미디어가 있지만,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퍼뜨리고 있죠. 미디어 이용자는 이제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인 생산자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미디어와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평가하며 창조하는 미디어리터러시 역량이 곧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진단합니다. 이른바 허위정보와 가짜뉴스, 혐오표현, 사이버불링(Cyber Bulling) 같은 미디어가 초래한 역기능을 제어하고 올바르게 미디어를 활용하는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진 것이죠.”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는 미디어 역기능을 예방하고 이용자 간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시민의 미디어역량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차근차근 배우는'이나 '실력이 자라는' 혹은 '한큐에 끝내는' 등의 상설강좌가 인천센터 안에서 매월 서너개씩 열립니다. 대상별로 수준별로 기획된 맞춤형 교육이지요. 지난해 총 21개 프로그램에 3800여명이 수강했고 올해는 횟수를 조금 더 늘렸어요. 청소년의 미디어에 대한 꿈과 역량을 키우는 학교 교육도 센터의 주력 아이템입니다. 올해는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제작, 1인방송, SNS 기자교실 등 8개 프로그램을 강사와 기자재를 파견해 학교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있어요. 허위정보 판별, 인터넷윤리 등 청소년이 알아야 할 미디어 리터러시를 주제로 한 방송 현업인 특강도 인기죠. 2014년 개관 이후 200개교, 5000명 가까운 학생이 인천센터를 통해 미디어교육을 만났어요.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치는 학부모와 교사 등 매개자에 대한 교육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인천센터는 방송스튜디오를 탑재한 특수제작버스인 '미디어나눔버스'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미디어나눔버스는 센터로 찾아오기 어려운 농촌 지역민, 장애인, 노인 등 미디어 약자를 우선 찾아갑니다. 2017년에 운영을 시작했는데 지난해는 총 33회 1079명으로 이용 인원이 첫해보다 2배가량 늘어났어요. 특히 서해5도 등 섬이 많은 인천 특성상 연평도, 대청도 등 섬에 사는 학생들을 위한 섬마을미디어캠프를 개관 이래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해 백령도 초·중학교 등 21개 단체 661명의 미디어소외계층에게 버스체험의 기회를 드린 것이 뿌듯합니다. 또 미디어체험 '온에어'는 센터 내에 구축된 방송스튜디오에서 미취학 아동부터 성인까지 미디어를 느끼고 미디어 관련 직업인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현재 TV뉴스, 라디오, 더빙, VR, 공익광고 등 5개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고 올해 처음 선보이는 공익광고 체험은 지난해 7월 중부지방해양경찰청과 함께 개발한 '해양안전미디어체험'을 TV뉴스에서 공익광고 형식으로 발전시킨 거예요.”

인천센터는 '특화 분야'를 스마트미디어로 선정했다. 2015년 전국 최초로 드론촬영 교육을 시작해 상설강좌로 자리잡은 뒤 2016년에는 인천시와 협력하여 드론실내스타디움(남동체육관)에서 드론비행체험을 운영했고 2018년부터 드론영상콘텐츠공모전도 진행했다.

“2017년부터 취·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한 드론촬영 교육과 지난해에는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력하여 드론뿐 아니라 VR과 1인방송 관련한 창업 지원에도 나섰습니다. 또 인천대학교와 '드론촬영 전문가 과정'을 열기도 했고요. 올해도 드론을 비롯해 핫아아템인 1인크리에이터 교육을 늘릴 겁니다. 장애인 대상 드론촬영교육인 '하늘을 달리다'도 올 하반기 열려고 합니다. 인천센터의 올해 야심작 '미디어 공감'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미디어를 통한 소통 및 미디어약자의 미디어격차를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지난해 개발한 체험프로그램인 '다함께 팡팡'을 특수학교 학생과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거쳐 발달장애인 맞춤용 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화시킬 겁니다. 올해는 경인교대와 함께 나를 표현하는 도구인 '미디어아트' 교육을 기획하고 있어요. 센터 내에 미디어아트와 증강현실(AR) 체험 갤러리를 구축한 것도 인천센터가 유일해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해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교육과 함께 허위정보 판별력을 기르기 위한 '나도 팩트체커'나 미디어저작권과 디지털윤리 등을 가르치는 '똑똑! 스마트미디어 특강'도 재단장을 하고 있어요.”

인천과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된 장영희 센터장은 '미디어 불모지'라는 인천을 '미디어 친화도시'로 변모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통한 시민들의 미디어 참여를 유도하고, 지역방송과 협업으로 지역밀착형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미디어는 KBS나 MBC같은 메이저 방송사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로 경쟁해야 합니다. 지난해부터 인천센터 시민제작단이 만들고 있는 '우리동네TV'는 물론, '시민영상아카이브-인천'과 '시민아카이브학교'는 시민 방송참여의 좋은 사례입니다. 특히 '연수구 주민마을방송'과 '방방곡곡마을미디어지원사업'을 발전시켜 올해는 17개 단체에 컨설팅, 맞춤형 미디어교육, 멘토링을 통한 콘텐츠 제작, 방송 송출이 진행됩니다. 또 SK브로드밴드, NIB남인천방송, 경인방송 등 지역방송사와 시민들이 함께 제작한 영상과 오디오 콘텐츠를 방송에 송출하고 있어요. 올해는 인천센터와 인천영상위원회, 주안영상미디어센터, 영화공간 주안 등 4개 영상미디어 기관들이 공동으로 인천영상미디어네트워크 협의체를 구성해서 공동사업 개발 과제를 논의 중입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다른 공공시설과 마찬가지로 인천센터도 '잠시 멈춤' 상태지만 비대면 온라인교육 전환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프로그램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미디어 소비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요. '집콕방콕' 생활로 답답함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랜선놀이를 해야하기 때문이지요. 지난 석달 동안 온라인 개학과 관련, 인천센터 교육강사들로 미디어멘토단을 구성하고 학교를 찾아가 선생님 400여명에게 온라인 수업을 지원했어요. 인천센터는 온라인 강의뿐만 아니라 '슬기로운 미디어생활'이라는 온라인 콘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어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리면 센터의 역할과 미디어교육의 방향성 등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어요.”

인천센터가 시민들을 위한 '미디어 놀이터'라는 장 센터장은 시민들이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곳, 시민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는 곳에서 펼쳐지는 '열린 커뮤니케이션 세상, 미디어로 하나되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인천센터는 편집실과 소리제작실, 1인미디어제작실과 다양한 이벤트와 공개방송을 할 수 있는 다목적홀 등 좋은 미디어 시설이 있습니다. 캠코더와 삼각대, 마이크, 조명 등 18종에 392개의 장비도 갖추고 있는데 모든 시설과 장비는 무료로 쓸 수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미리 신청하지 않고 그냥 센터에 오셔도 체험스튜디오와 미디어갤러리에서 AR과 미디어아트 체험을 할 수 있게 개방의 폭을 넓힐 예정입니다. 진지하게 배울 수도 있고 아니면 가볍게 미디어를 보고 듣고 느끼며 편안하게 머물다 가시면 됩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장영희가 말하는 장영희는…

▲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장영희 센터장

1989년 8월 <시사저널> 창간 직전 취재 기자로 사회의 첫발을 내딛다. 기자시절 송곳같은 선배들로부터 닦달을 당하며 팩트를 신봉하게 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로 2005년 9월 75쪽에 달하는 거의 통권기획 '삼성은 어떻게 한국을 움직이나'를 책임기획하고 커버스토리로 쓴 것을 꼽다. 2006년 6월 취재총괄데스크로 '<시사저널> 사태'의 한복판에 서다. 편집권 독립 투쟁이 무위에 그쳐 2007년 6월<시사IN> 법인 설립과 창간 작업에 사활을 걸다. 2008년 말 드디어 지긋지긋한 '마감인생'을 끝내고 좋아라 크게 웃다.

20대 대학시절 민주화운동 하느라 크게 진 공부 빚을 40대에 갚는 미친 짓을 벌이다. 젖 먹는 힘까지 쏟아 2010년 경제학박사가 되었으나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다. 2012년 정책연구를 하겠다며 공공기관에 입문했고 2015년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일원이 되다. 2017년 서울센터장을 거쳐 올 3월 말 인천센터장이 되다. 센터를 전진기지로 삼아 인천시민이 미디어로 소통하고 참여하며 혁신하도록 적극 돕겠다는 다짐을 굳게 하다.

기자로 혹은 미디어경제학 전공자로, 지금은 미디어교육 기획·관리자로 각각 마주한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미디어의 큰 틀은 벗어나지 않다. 미디어가 내 삶에 들어온 지 30년, 미디어는 나에게 절친, 애인, 도반, 스승… 혹은 그 모두를 합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