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끊기자 화물차들만 덩그러니
롯데쇼핑 타운개발사업 지연에
주민·상인들 슬럼화 가속될까 우려
지난 3월2일 인천 남동구 남촌동 농산물도매시장 신축 건물이 문을 열면서 상인들 대부분은 구월동을 빠져나갔다. 이후 100일 넘는 기간 동안 구월동 옛 농산물도매시장 자리는 2m 높이의 벽에 가로막혀 방치된 상태다.
새벽부터 수많은 이들이 오가며 시끌벅적했던 도매시장은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는 폐건물로 남았다. 시민들이 다니지 않는 안쪽 도로에는 불법 주차된 대형 화물차들만 덩그러니 방치돼 있다. 부지 소유주인 롯데쇼핑의 개발 사업이 미적지근한 가운데 슬럼화 우려도 점차 커지는 중이다.
15일 오전 10시쯤 옛 구월농산물도매시장 앞에서 만난 이종숙(75)씨는 “아쉽다”는 마음을 전했다. 미추홀구 관교동에 살면서 이전까지 20년 가까이 도매시장을 들르곤 했던 이씨는 “당장 저렴하게 식료품을 살 데가 없는 아쉬움도 있지만, 매일같이 이웃들과 함께 방문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대체 무엇을 지으려고 이렇게 놔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부지 소유주인 롯데 측이 제시한 대규모 '롯데타운' 개발 사업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롯데 측은 6만872㎡ 규모의 구월농산물시장 부지에 상업·문화시설과 주거시설 등이 결합한 복합타운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으나 이후 세부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김영옥(60) 공인중개사는 “롯데타운이 만들어지고 주상 복합 건물 입주가 시작되면 인근도 황금 상권으로 거듭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개발 전까지는 당분간 지금과 같은 구월동 정체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월농산물시장이 이전한 이후 주변 상권에도 여파가 이어지는 중이다. 옛 구월농산물시장 부지 맞은편에 위치한 '구월도매시장' 상인 일부는 이미 구월동을 빠져나갔다. 남촌농산물도매시장으로 상권이 옮겨지면서 창고로 전락한 매장도 상당수다. '매장 이전'과 '임대' 안내를 써 붙인 점포들 사이에서 활로를 찾지 못한 상인들은 답답할 뿐이다.
익명을 요구한 상인 A(62)씨는 “도매시장 이전과 함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인근이 전체적으로 침체된 상황”이라며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많다. 롯데가 들어와도 최소 몇 년은 걸릴 텐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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