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럭, 왜곡 중단 촉구 기자회견
소송전문 법무법인 “침해 소지”
조각가협회 “모방이 문제 요인”
장 작가측 “소·분쟁 의향 없어”
▲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왼쪽)과 장윤실 작가의 소녀상. /사진제공=장윤실 작가 SNS

 

평화를 위해 세워진 예술작품인 '평화의 소녀상'이 저작권 시비에 휘말리면서 소녀상이 폠훼되고 있다.

10일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는 문학, 공연, 미술 관련 예술가들의 모임인 평화예술행동 '두럭'이 기자회견을 열고 소녀상에 대한 왜곡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회견에서 “최근 평화의 소녀상 제작자에 대한 공격은 악랄하고 잔인하다"면서 "소녀상 공격으로까지 이어져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폄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화의 소녀상은 말 그대로 평화를 위해 세워진 예술작품"이라며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의 성노예로 끌려가 조국에 돌아왔지만, 남성들에 의해 손가락질 당하고 숨어 지내야 했던 여성들에 대한 '위로의 비'이자 남성중심 사회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동상'”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 평화의 소녀상 저작권자인 김운성·김서경 부부 작가는 태백 소녀상을 만든 장윤실 작가와 저작권을 놓고 분란을 겪었다.

김 작가 부부는 2015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한복을 입고 의자에 앉아 있다 ▲단발 머리 ▲뒤꿈치를 든 맨발 ▲어깨 위 새 ▲빈 의자 등의 저작권 보호 항목을 등록했다. 이후 흡사한 형태의 소녀상이 발견되면 저작권자로서 저작권 침해에 대한 정정을 요청해왔다.

태백 소녀상은 어깨 위 새, 들린 뒤꿈치, 헤어스타일, 저고리 방향 등이 '평화의 소녀상'과 닮아있다는 것이 김 작가 부부의 견해이다.

저작권 소송 전문 법무법인 엘플러스 이선행 변호사는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이 '의거성(저작권자의 저작물이 침해자의 작품보다 앞서 제작됐는지)'과 '실질적 유사성(창작적 표현 형식이 유사한지)' 부분”이라며 “김 작가 부부의 소녀상은 워낙 대중에게 알려진 조형물로 의거성이 인정되고, 단발머리라던가 어깨 위에 새, 뒤꿈치 든 발 등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 제작한 것은 창작적 표현 형식으로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조각가협회 관계자는 “엄밀히 말하면 장 작가 측이 실례를 범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며 “소녀상을 만드는 것은 자유이지만 소녀상의 세부적인 부분까지도 모방한 것은 문제 요인으로 충분히 지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녀상 정정 요청을 받은 장윤실 작가 측은 “평화의 소녀상은 상징적이고 공익성이 있어 저작권 분쟁이 있을 거라고 생각치 못했다”면서 “하지만 작가라면 문제의 소지가 있는 다른 작가의 작품에 대해 시정 요청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 작가 측은 “이해 당사자와의 법적 소송이나 분쟁은 추호도 없다”며 “언론의 왜곡보도가 이어질수록 본래 소녀상을 세우고자 했던 취지는 어긋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기도 31곳(2019년 8월9일 기준)에 설치된 '소녀상' 중 저작권자인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작품은 19곳에 위치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