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법제정 성명준비

북, 대남사업→대적사업 선언
접경지 주민들 안전문제 호소
▲ 북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간부들과 여맹원들의 대북전단 살포 항의 군중집회가 9일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앞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오는 12일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역사상 최초로 북미간 정상회담을 개최한 날이다. 남북 분단 이후 6·25 전쟁을 치르며 최악의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왔던 두 나라 정상은 이 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북미 관계 정상화 추진 ▲6·25 전쟁 전사자 유해송환 등 4개 조항이다.

북한은 그해 7월 미군 유해 55구를 미국 측에 송환했고,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중단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같은 해 9월 19일 평양에서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갖고, 백두산 정상을 함께 오르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화해를 향해 무르익어 가던 남·북·미 관계는 2019년 2월 27일 하노이에서 개최된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기점으로 급격히 악화됐다. 이날 두 정상은 비핵화와 대북 제재완화를 둘러싸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실패했다. 4개월 뒤, 문 대통령이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해 6월 30일 판문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으나 여기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연말을 시한으로 못 박고 미국에 ‘새로운 해법’을 요구했지만, 양국 간 ‘강대 강’ 대결은 계속 이어졌다. 급기야 김 위원장은 2019년 세밑에 진행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자력갱생’과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을 앞세운 ‘정면 돌파전’을 선언했다.

북미 관계의 냉각으로 사실상 단절 상태에 내몰린 남북 관계는, 최근 불거진 ‘대북 전단’ 문제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탈북민 단체가 김포시 월곶면에서 대북 전단 50만장과 1달러 지폐 등을 담은 대형 풍선 20개를 북한으로 날려 보낸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대해 김여정 북한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를 내고 거친 욕설을 써가며 탈북 단체와 우리 정부를 맹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개성공단 완전철거’, ‘금강산 관광·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지’,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거론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이어 지난 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대남사업의 방향을 '대적 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뒤, 청와대를 비롯한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선을 차단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접경지역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북전단 살포는 중지돼야 한다"며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면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천·경기·강원도 등 접경지역 10개 시장·군수협의회도 지난 5일 김연철 통일부장관에게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시켜 달라”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이날 강화 석모도 민머루 해수욕장에서는 모 선교단체가 쌀을 담은 페트병 250개를 북한에 보내려다 굴착기를 동원해 진입로를 차단한 주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 같은 민주당과 주민들의 대응은 지난 2014년 10월 10일 경기도 연천에서 발생한 남북 간 총격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한군은 전단을 싣고 북쪽으로 날아가던 탈북단체의 기구를 향해 고사총을 발사했다. 우리 군이 이에 대응사격을 하자 북한군이 재차 소총으로 대응하는 등 쌍방 간 무력 충돌이 일어났다. 이 때 북한군이 발사한 고사총탄 일부가 군부대 주둔지와 인근 면사무소에 떨어졌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와 민주당은 직접적 군사충돌이 아니더라도, ‘군사합의 파기’나 ‘개성공단 재산 몰수’와 같은 북한의 극단적인 행동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서둘러 막겠다는 입장이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도 ‘북미 싱가포르회담 2주년’을 맞아, 오는 12일 ‘대북전단 살포 중단 및 금지법 제정과 남북교류 재개’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시민단체들은 사전에 배포한 성명을 통해 “남북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 중지’를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제1호 법안으로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안을 즉각 입법화하고, 문재인 정부는 남북협력과 교류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에 대해서도 “남과 북의 자유로운 남북교류와 협력을 간섭하거나 방해하지 말고, 무모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협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정찬흥 논설위원·인천일보 평화연구원 준비위원 report61@incheon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