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 공간서 살게 될 미래 항해·기관사
무료·외로움 견딜 '감성교육' 중요한데
미술교사 퇴직 과목 사라지자 걱정 커져
별관 리모델링 '갤러리 마리타임' 세워
첫 전시는 김을 '월미소요유' 내달까지


인천 월미도 바닷가에 있는 국립 인천해사고등학교에 몇 년 전 미술 과목이 사라졌다. 해당 과목을 맡던 교사가 정년퇴직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 없어진 것이다. 이걸 늘 안타깝게 생각하던 김상환(사진) 교장이 교내 갤러리를 만들었다. 항해사나 기관사가 되어 오래도록 바다 위에서 지낼 학생들의 정서를 고민해 내린 결론이다. 공간 이름은 인천해사고 영문 이름을 딴 '갤러리 마리타임(gallery maritime)'으로 지었다.

▲“내가 걸었던 길을 가는 아이들, 누구보다 잘 알죠.”

지난해 9월 공모제 교장에 취임한 김상환 교장은 부산 해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 해양대학교를 나왔다. 이후 한동안 배를 탔다.

부산 모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고 1990년대 중반 인천해사고로 교직을 옮겼다.

“인천으로 온 게 33살 때였죠. 그때부터 쭉 이곳에 있다가 교감을 거쳐 교장이 되었으니 학교와 제자들에 대한 애착이 큽니다.”

그는 인천해사고 학생들에게는 같은 계열 고등학교, 대학 선배이자 선생님인 셈이다. 그런 만큼 학생들과 통하는 부분도 많다. 특히 집을 떠나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예체능을 통한 감성 교육도 중요했다.

“청년 시절 5년간 배를 탔어요. 배에서만 있다 보면 무료함과 외로움으로 힘이 들죠. 그럴 때 문화예술 관련 취미활동을 하면 시간도 잘 가고 자아실현도 할 수 있습니다.”

그는 해사고 별관에 있는 공실을 리모델링하려는 계획에 착수했는데, 홍인성 중구청장이 선뜻 필요경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제 뜻을 잘 이해해 주신 덕에 보조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었죠. 현재 갤러리 조성을 끝마쳤고 개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상환 교장은 이 공간을 전문 작가의 전시회를 여는 것으로 활용할 뿐 아니라 학생과 졸업생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로 꾸밀 계획이다. 특히 월미도 주민들과 갤러리를 공유하려는 바람도 크다.

“얼마 전부터 학교에 꽃밭을 만들었는데 지나가는 주민들이 꽃 보러 오시는 등 관심이 많더라고요. 이런 한 뼘 갤러리를 매개로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이들이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월미소요유(月尾逍遙遊)

갤러리 마리타임의 첫 전시는 김을 작가의 개인전 '월미소요유'이다.

전시회는 마리타임 운영을 맡은 신월계 큐레이터와 류병학 독립큐레이터가 공동기획했으며 전시작품은 총 100여점에 달한다. 김을 작가가 해외에서 선보였지만, 국내에서 발표하지 않았던 작품 등 회화와 오브제, 텍스트를 접목한 드로잉 등이 최초로 전시된다. 전시는 7월까지 이어진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