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사료 584건 기증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공개한 보도지침 일부. '학생의 날'과 관련된 데모기사는 보도하지 말 것'이라는 내용의 1985년 11월 2일 보도지침. 2020.6.8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 [촬영 김철선]

 

6·10 민주항쟁 33주년을 이틀 앞두고 전두환 정권 당시 언론통제의 상징이었던 '보도지침' 일부 원본 사료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 자리에 있는 민주인권기념관에서 '보도지침 사료 기증식'을 열고 보도지침 원본 사료 584건을 공개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 자료들은 1985년 10월 19일부터 1986년 8월 8일까지 전두환 정권의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이 보도 통제의 세부적인 일일지침을 마련해 전화로 각 언론사 편집국 간부에게 시달한 보도지침의 원본이다.

당시 한국일보 김주언 기자가 편집국에서 빼내온 보도지침 자료는 민주언론운동협의회(이하 민언협) 김태홍(2011년 별세) 사무국장과 신홍범 실행위원 등의 노력으로 1986년 9월 월간 '말'을 통해 그 내용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 자료 원본이 그대로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보도 여부를 정하는 가(可), 불가(不可) 등 표현과 함께 보도 방향과 내용, 형식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도 담겨 있다.

"서울대학생 시위 기사, 비판적 시각으로 다뤄줄 것. 수업 거부 움직임 등의 제목·기사 쓰지 않도록(학생 자극 우려)" (1985년 11월 1일 보도지침)"'학생의 날' 앞두고 전국 대학생들 데모 예상. '학생의 날'과 관련된 데모 기사 보도하지 말 것" (1985년 11월 2일 보도지침)

보도지침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김주언(66) 씨는 "사건 이후 눈이 가려진 채 이곳 대공분실로 끌려와 40여일 동안 조사받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 보도지침을 보고 언론이 정권의 홍보 도구로만 활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정부의 언론통제가 사라진 지금도 '기레기'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언론이 진실 보도와 사실 보도, 공정 보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늘 보도지침 기증을 계기로 현장 언론인들이 공정 보도를 위해 좀 더 힘써주고, 언론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개혁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보도지침 사건 폭로로 옥고를 치르기도 한 신홍범 당시 민언협 실행위원은 "전두환 정권에서 노골적인 보도지침이 있다는 소문은 돌았지만, 구체적인 물증이 없는 상태였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자료를 제공해준 김주언 선생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자료를 받은 당시 민주언론운동협의회 간부들은 보도지침이 폭발력이 매우 강한 폭탄이라고 생각했다"며 "폭탄이 터지고 국민들은 말로만 듣던 보도지침을 실제로 보게 됐다. 야만적인 전두환 정권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론은 언론인의 양식과 지성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보도지침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보도지침 사료를 소장하고 있던 '말'지의 임상택 전 상무는 지난해 민언련 35주기 창립기념식에서 사료를 민언련에 기증했고, 민언련은 이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위탁관리 기증했다.

사료는 정리 작업을 거쳐 올해 안으로 오픈아카이브(https://archives.kdemo.or.kr)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