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경인아라뱃길에서 시신 일부가 발견된 사건이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건의 단서가 '한쪽 다리'뿐이어서 누구의 시신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수사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경인아라뱃길 물길이 한강까지 연결돼 있어 시신이 서울이나 경기도 부근에서 흘러내려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일 인천경찰청과 계양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9일 계양구 아라뱃길 수로에서 발견된 시신 일부의 신원을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이 시신 일부의 유전자 정보(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감정한 결과 시신의 성별은 여성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정확한 신원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당장 경찰이 확보한 시신 일부는 '한쪽 다리'뿐이다. 경찰은 시신이 처음 목격된 아라뱃길 다남교와 목상교 사이 수로를 중심으로 주변 일대를 샅샅이 수색하고 있지만 다른 부분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아라뱃길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며 시신 일부가 어느 지점에서 유입됐는지 등을 추적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원 확인 작업이 장기화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사건의 단서인 다리가 팔처럼 지문 감식을 할 수 있는 부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리가 심하게 부패한 상태여서 육안으로 '절단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절단면 존재 유무는 타살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수사의 변수는 또 있다. 아라뱃길과 한강은 물길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한강에서 시신이 떠내려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게 된다면 수사·수색 범위를 서울과 경기로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강력 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관은 “한쪽 다리만 갖고서 신원을 확인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며 “사실상 신원 확인이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열쇠”라고 말했다.

/박범준·이아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