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하지 않고 인종차별 맞서는 용기있는 행동
▲ 정벌군이 개혁 위해 성문(一) 향해 걸어가는(止지) 모습이 正(정). /그림=소헌

 

지난달 미국 경찰이 흑인을 체포하는 중에 “숨을 쉴 수 없다”고 하는 용의자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자국에서는 물론 세계 전역에서 항의시위가 번져가고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시위대가 백악관을 향해 진격하자 트럼프는 처자식을 데리고 ‘긴급상황실’로 불리는 지하벙커로 이동해 몸을 숨겼다고 한다.

영국, 스위스, 덴마크 등에서는 ‘Stand up to Racism(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을 내걸고 미국 대사관을 향해 행진했다. 저항抵抗이란 어떤 힘이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용감히 맞서는 것이다. 동서양에서 추구하는 ‘正義’는 다르지 않다. 正(정)과 足(족)은 원형이 같다. ‘발’은 일어나서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을 뜻한다. 뉴질랜드에서도 2000여 명이 “정의 없이 평화 없다”를 외쳤다.

사각거정(四角擧正) ‘종잇장도 네 귀를 들어야 바르다’는 4자속담이다. 하찮은 종이 한 장이지만 어느 한 귀도 처지지 않아야 판판해지는 것인데, 국정에 있어서야 與野 어느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힘을 모아야 올바르게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6월5일 21대 국회는 개원開院한다. 하지만 역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법정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人民을 받들고 그 뜻을 세우겠다는 다짐은 어디로 갔는가? 당리당략만 챙기려는 자들은 정의롭지 못하다.

 

정 [바르다 / 옳은 길]

①正(바를 정)은 一(한 일)과 止(발 지)가 합쳐진 글자다. 하나(一)밖에 없는 길에 잠시 멈추어(止) 살피는 모습이다.

②갑골문에는 성(城)을 뜻하는 口(구)자 아래에 발(止)을 그린 足(발 족)과 유사한 모습이었다. ‘一’은 성(口)을 간략히 그렸으니 성문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불의한 정권을 개혁하려는 정벌군이 정복하러 가는(止) 모습이 正(정)이다.

③다른 나라를 정벌하거나 권력을 빼앗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한데, ‘바름’은 가장 좋은 철학이다.

④日(해 일)의 옛 글자 _(일)은 해(日) 아래에서는 모든 것이 정확히(正) 드러난다는 뜻을 담았다.

 

 

의 [옳다 / 바르다 / 명분]

①義(옳을 의)도 갑골문에서 볼 수 있는 글자다. 창(戈과) 끝에 양머리(羊양)를 매달아 놓음으로써 권력을 상징하는데, 그것은 정의로워야 함을 암시한다.

②義는 羊(양)과 我(나 아)가 합쳐진 글자다. 자기(我)를 제사에 쓰이는 양(羊)처럼 희생시키겠다는 의로움(義)이다.

③바름(義)은 창(戈과)으로 지켜내야 할 떳떳하고 정당한 도리이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선량한 명분이다.

④義의 속자(간체자)는 _(의)다. 불의를 칼로 베어(乂예) 떨치는(_) 것이다.

 

1919년 4월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은 남의 나라 땅에서 임시정부 헌법을 제정하였다. 역사상 최초로 이룬 주권재민과 3권분립을 통한 의회민주주의 제도를 성립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지금, 국회는 그들의 희생과 고초를 담은 고귀한 뜻을 되살려 민생을 보듬고 자주통일을 향해 하나되는 한강토를 이루는 원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G7 회의에 한국이 초청되었다니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듯 어깨가 으쓱거린다. 의장국인 미국의 속내는 ‘미국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이다. 괜히 거름통 메고 장에 따라가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지만 이왕이면 우리가 ‘세계 정의’를 이끌자.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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