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가 희망이다

- 이완식 H&J 산업경제연구소장 -

 

 

▲ 이완식 H&J 산업경제연구소장

사회적 거리두기로 확장된 언컨택트 기술
불안감과 달리 교육·의료분야 새 가능성 열어
  
코로나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일자리 상황
정부 '한국판 디지털 뉴딜'로 돌파 선언
5G·이차전지 등 관련 기술은 미래성장 동력
끊임없는 관심과 규제 완화로 위기 극복을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다섯달째다. 하루 확진환자가 한 자릿수에서 다시 두 자릿수로 올라왔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엄격하게 지킨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코로나19를 곧 잠재울 수 있다는 희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여타 선진국이 셧다운을 선택했을 때 우리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해왔다. 국가 시스템의 압도적 우위를 자부했던 선진국들을 비웃듯이 말이다.

공항 활주로를 열어 국가 간 교류도 지속했다. 메르스, 신종플루, 사스 등을 경험하며 쌓아온 방역 노하우를 코로나19의 모범적 대처에 십분 활용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일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비대면(언컨택트·Uncontact) 시대의 문을 연 것이다.

집에서 장을 보는 온라인 쇼핑과 택배는 소비문화 패턴을 확 바꿔 놓았다. 불안하기 짝이 없다던 재택근무는 아무런 잡음이나 불편함 없이 자리를 잡았다. 오히려 직장은 끈끈한 인간관계가 기본이라는 등식이 여지없이 깨졌다.

교육과 의료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온라인을 이용한 교육이 큰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금기시 돼왔던 원격진료도 수면 위로 부상했다. 코로나19 덕분(?)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시작된 비대면 트렌드는 사회·경제적으로 소리없는 쓰나미가 됐다. 물론 정보통신기술(ICT·전기, 전자, 통신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5G, 클라우드, 로봇 등 첨단 기술이 코로나를 만나 가속페달을 밟았기 때문이다.

생활 트렌드가 바뀌었지만 가뜩이나 소비와 수출이 위축된 우리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경제는 예전만큼 나아질 수 있을까. 어렵다면 활로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지난 4월 일자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만여 개가 사라졌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그림자 실업은 150만 개에 육박할 정도다. 외환 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디지털, 그린 뉴딜)로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지난달에는 10대 산업분야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비대면 산업을 키우겠다고 했다. 미래차·모빌리티, 의료 신기술 등 10대 분야에 적용되는 기술은 AI와 빅데이터, 증강·가상현실(AR·VR) 등이 망라돼 있다. 다시 말해 정부는 ICT가 아니면 난국을 돌파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가 자랑하는 ICT는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반도체를 필두로 세계 첫 상용서비스를 개시한 5G가 있다. 여기에 하반기 글로벌 1위 등극이 확실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3두마차가 끄는 이차전지가 있다. 이에 뒤질세라 OLED, 백색가전, 스마트폰도 우리 경제를 받치고 있다.

이 와중에 미래차를 위한 삼성과 현대차의 역사적 만남이 이뤄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최근 삼성SDI 천안공장에서 만나 1회 충전에 800㎞를 주행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와 각종 차량용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로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36개국 중 가장 높고, 전망치 하향 조정폭도 가장 적은 수준이다. 한국이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을 제치고 가장 괜찮은 성적표를 받게 된다는 얘기다.

IMF가 전망한 성적표는 한국이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ICT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비대면의 근간인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는 D램과 5G의 지원이 없으면 무용지물과 다름없다.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또한 마찬가지다.

코로나19는 지구촌에 끊임없이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비대면을 근간으로 디지털 라이프 혁명을 얘기하지만, 못지않게 많은 난관을 예고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디지털 뉴딜을 표방했다. 선언에 그치지 말고 기업이 맘 놓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를 풀어줘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성장기업을 키우고 수출에 힘을 쏟으면 양질의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마련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1998년 IMF 사태 이후 최대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극복될 수 없는 위기는 없다. 우리에겐 ICT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 이완식

-현 한국광기술원 비상임이사

-현 한국광촉매협회 인증위원

-전 전자신문 논설실장

-전 한국발명진흥회 비상임이사

-전 한국공학한림원 에너지포럼 운영위원

-전 대덕기술사업화포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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