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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조선, 실학을 독하다] ⑨ 문무자(文無子) 이옥(李鈺) 1760~1815 (5) <담정총서(潭庭叢書)> 글쓰기는 근심의 전이 행위다
[아! 조선, 실학을 독하다] ⑨ 문무자(文無子) 이옥(李鈺) 1760~1815 (5) <담정총서(潭庭叢書)> 글쓰기는 근심의 전이 행위다
  • 여승철
  • 승인 2020.06.01 18:59
  • 수정 2020.06.02 13:34
  • 2020.06.02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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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조 속 창기 통해 흐트러진 사회상 드러내

 

 

▲ 나카무라 킨죠(中村金城)가 그린 <조선풍속화보>(권혁희 해제, 민속원, 2008, 146쪽)에 실린 ‘소녀육신(小女鬻身)’. 이 그림은 1905년을 전후하여 그려진 것으로 그림 하단에 ‘팔려가는 소녀’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앳된 소녀가 장죽을 물고 있다는 것이다. /자료제공=민속원

 

 

전 회(回)에 이어 '염조'가 계속 이어진다.

 

15. 은어 같은 귀밑머리 고이 쓰다듬고 細掃銀魚鬂

수백 번 거울 속 들여다보지요 千回石鏡裏

이빨 너무 흰 것 도리어 싫어 還嫌齒太白

재빨리 묽은 먹물 머금어보지요 忙嗽澹墨水

16. 잠깐 신랑 꾸지람 듣고는 蹔被阿郞罵

삼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를 않았지요 三日不肯飱

내가 청강도를 차고 있는데 儂佩靑玒刀

누가 다시 내게 삼가라고 말하겠나요 誰復愼儂言

17. 복숭아꽃은 오히려 천박해 보이고 桃花猶是賤

배꽃은 서리처럼 너무 차갑지요 梨花太如霜

연지와 분 고르게 발라 停勻脂如粉

살구꽃 화장으로 내 얼굴 꾸며보아요 儂作杏化粧

 

탕조(宕調)

“탕은 흐트러져서 가히 금할 수 없음을 이름이라”(宕者迭而 不可禁之謂也) 이편이 말하는 바는 모두 창기 일이다. 사람 도리가 이에 이르면 또한 질탕한지라 가히 제어할 수 없음이라, 그러므로 이름하기를 질탕(宕)으로써 하니 또한 시경에는 정풍과 위풍이 있음이라.”

 

1. 서방님 내 머리에 대지 말아요 歡莫當儂髻

동백기름이 옷에 묻는답니다 衣沾冬柏油

서방님 내 입술 대지 말아요 歎莫近儂脣

붉은 연지 흘러들어요 紅脂軟欲流

2. 임은 담배를 피우며 오는데 歡吸煙草來

손에는 동래죽을 쥐었네 手持東萊竹

앉기도 전에 먼저 뺏어 감춤은 未坐先奪藏

내가 은수복 사랑하기 때문이라네 儂愛銀壽福

* 손님이 물고 온 동래에서 나는 대나무로 만든 담뱃대를 빼앗고는 은수복을 사랑해서 그렇다고 한다. 아마도 담뱃대에 '은수복'(銀壽福)이라는 석 자가 새겨 있었나 보다. 은수복 석 자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기생의 눈에 그 담뱃대가 꽤 값나가는 물건이었던 듯하다. 당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담배를 물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정조 임금은 어떻게 하면 전 백성에게 담배를 피우게 할까라고 선비들에게 그 방책을 묻는 글을 지어 올리라고 할 때였다. 선생이 기생의 영악스러운 모습을 포착한 장면이다.

6. 단오선을 탁탁 치며 拍碎端午扇

나직이 계면조로 부르니 低唱界面調

일시에 나를 아는 이들 一時知我者

하나같이 '묘하다! 묘하다!' 하네 齊稱竗妙竗

9. 손님 이름자도 알지 못하는데 不知郞名字

어찌 직함을 욀 수 있으리오 何由誦職啣

좁은 소매 차림은 다 포교들이요 狹秞皆捕校

붉은 옷차림은 정히 별감이라네 紅衣定別監

11. 함경도 머리 묶음 예쁘다지요 六鎭好月矣

머리마다 윤기 나게 주사를 찍었고요 頭頭點朱砂

검고 푸른 공단으로 공단(貢緞)으로는 貢緞鴉靑色

새로이 가리마(加里麻)를 했답니다 新着加里麻

* 원문에는 육진(六鎭)이라 했다. 육진은 두만강 하류 지역에 설치한 여섯 진으로 종성(鍾城), 온성(穩城), 회령(會寧), 경원(慶源), 경흥(慶興), 부령(富寧)으로 함경도 방면 고을이다. 원문의 '월의'(月矣)는 다리, 달비, 또는 다래라고 불리던 머리 장식으로 여자가 머리를 꾸밀 때 덧대어 얹는 머리카락 묶음이다.

14. 내가 부른 사당가에 儂作社堂歌

시주하는 이 모두 스님들이네 施主盡居士

노랫소리 절정을 넘어갈 때 唱到聲轉處

스님들 “나무아애미!”외네 那無我愛美

*원문 '나무아애미'를 풀이하면 “어찌 미인을 사랑치 않으리오.”라는 언어유희다. 이옥 선생의 글에 조선 후기 스님들의 타락이 그대로 보인다.

15. 상위엔 탕평채 쌓여 있고 盤堆蕩平菜

자리엔 방문대로 빚은 술 흥건하지만 席醉方文酒

수많은 가난한 선비 아내들 幾處貧士妻

누룽지 밥조차 입에 넣지 못하겠지 鐺飯不入口

다음 회는 문무자 이옥 마지막 회로 '비조'가 이어진다.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은 인하대학교와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강의하며 고전을 읽고 글을 쓰는 고전독작가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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