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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나 지자체들도 홍보에 열중하는 시대다. 비경쟁 시장인 공공 서비스에 무슨 홍보냐 하겠지만 옛날 말이다. 지자체 소식지들 중에서도 인천시의 '굿모닝 인천'은 수준급으로 평가받는다. 고정 독자를 확보할 만큼 편집이나 콘텐트 모두 탄탄해서다. 인천이 '굿모닝 인천'이라면 부산에는 '다이내믹 부산'이라는 시정 소식지가 있다. 그 '다이내믹 부산'이 요즘 '극지관문도시 부산' 띄우기에 한창이다. 지난달 호에는 '부산, 동북아 극지관문도시 로드맵 착착'이라며 북극 진출까지 거론했다. 부산이 극지관문이라니, 참으로 뜬금없다 할 것이다.

▶2009년 12월 18일 인천에는 극지 날씨처럼 진눈개비가 뿌렸다. 한국의 첫 극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인천시민들의 배웅을 받으며 인천항 내항 1부두를 떠나 남극으로의 첫 출항에 나선 날이다. 첫 임무는 남극의 제2한국기지 예정지인 케이프 벅스의 정밀탐사였다. '아라온'은 바다(아라)와 모두(온)라는 뜻의 옛 우리말 배이름이다. 이후 아라온호는 12년째 남_북극의 얼음바다를 헤치며 연간 300일 이상 극지 연구 운항을 계속해 왔다. 이에 앞서 2006년에는 송도국제도시에 국책연구기관 극지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내년 말에는 바로 옆에 '극지연구 실용화 협력센터'까지 세워진다. 가히 한국 극지 연구활동의 태동지이자 심장부라 할 것이다. 그래서 인천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지연구 거점도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부산이 그 구호도 모호한 '극지관문도시'를 공언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건조될 제2쇄빙연구선의 모항을 부산항에, 종국엔 송도의 극지연구소를 가져가야겠다는 욕심에서다. 꼭 그래야 할 객관적인 타당성도 내세우지 못하고서다. 오직 부산의 표만 쳐다보는 정치적 입김에 기대어 '한 껀'하려는 것이다. 청사진은 거창하다. 용호만 매립지 2만3000㎡에 극지타운을 조성, 극지연구 인프라_극지연구실용화센터_극지체험관 등을 세운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인천 송도의 극지연구소를 부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공공기관 이전 목소리도 공공연히 내고 있다. 분위기를 잡으려 지난 1월 부산시는 청소년 등을 내세운 '부산 남극체험 탐험대'를 남극으로 보냈다. 요즘 부산에서는 '남극체험 사진전'까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참으로 안쓰러운 오늘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제 고장을 아끼고 키우겠다는 노력이 고작 다른 고장에 잘 있는 공공기관 빼오기란 말인가. 부산의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생산적인 인프라가 아니라, 국민세금이 좀 떨어진다는 공공기관 이전에 목을 매는 셈이다. 부산은 대한민국의 '태평양 관문도시'만으로도 족하다. 극지관문도시는 부산이 아니라, 남극의 킹조지섬 같은 곳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정기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