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개선-6년간 관 506㎞ 교체·정비…고도정수처리장 2곳 추가 확충
시민 참여-'건강한 수돗물 위원회' 구성…수돗물평가위 시민위원 공모
조직 개편-수질안전부 신설·사업소 전담팀 배치…전문직위 대폭 확대

 


적수, 이른바 '붉은 수돗물' 사태로 불린 인천 수돗물 사고 1년. 다른 정수장 물을 대체 공급하는 수계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수돗물 사고는 지난해 5월30일부터 68일간 이어졌다. 상하수도 요금 면제를 포함해 인천시가 보상한 금액은 366억원에 이른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수돗물 정상화를 발표한 지난해 8월5일 '상수도 혁신을 위한 대시민 호소문'에서 “더 좋은 인천 수돗물을 위한 인천시의 노력은 오늘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근본적인 수질 개선을 위한 단기, 중장기 상수도 혁신 과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주민과 시민단체, 관련 기관, 전문가가 참여한 '상수도 혁신위원회'는 지난해 말 5개월간의 활동 끝에 4대 분야, 37개 과제를 발표했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28일 수계전환 매뉴얼 제정 등 위기 대응, 관로·관망 관리와 인프라 구축, 시민 참여 확대, 경영 혁신과 제도 개선 등 4가지 분야 혁신 과제의 진척도가 37%라고 밝혔다.

 

▲정수장부터 수도꼭지까지 '안전'

이날 상수도사업본부는 '상수도 혁신 추진상황'을 통해 수질 악화의 주원인인 노후관을 대대적으로 교체하고, 올해부터 수질 유지를 위해 주기적으로 관로를 세척한다고 밝혔다. 올해 418억원이 투입돼 34.5㎞ 길이의 노후 수도관이 교체되고, 54.3㎞는 정비된다.

오는 2025년까지 교체·정비되는 노후관은 506㎞로, 사업비는 4088억원 규모다. 특히 적수 피해 지역이었던 서구·영종·강화에는 171억원이 추가 투입돼 노후관·불량관이 정비된다. 박영길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상당한 재원이 투입되는 노후관 교체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수도정비기본계획상 10년간으로 예정돼 있던 노후관 교체 시기를 5년으로 앞당긴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10㎞가 넘는 구간의 관 세척도 진행된다. 올해 12㎞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88억원을 들여 73㎞ 구간의 수질 취약관이 세척된다. 지난해 환경부는 수계전환으로 수돗물이 역방향 공급되면서 관에 쌓여 있던 침전물이 섞여나온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파악한 바 있다.

고도정수처리시설도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 고도정수처리시설은 일반적인 정수 처리 과정에서 제거되지 않는 물질을 오존 살균, 활성탄 흡착 등의 공정으로 없애는 방식이다. 상수도본부는 지난해 9월 서구 공촌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시설 가동에 들어갔다. 적수 사고 전까지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춘 곳은 부평정수장뿐이었지만, 공촌정수장에 이어 올해 수산정수장도 착공을 앞두고 있다. 남동정수장은 설계를 거쳐 내년 착공 예정이다.

 

▲시민이 참여하고 평가한다

전국 최초로 시민과 전문가가 모여 수돗물 정책을 다루는 '인천 건강한 수돗물 만들기 위원회'도 출범한다. 지난 15일 인천시의회에서 관련 조례안이 통과된 위원회는 30명 이내로 구성된다. 수돗물 종합 계획, 수질 개선 정책의 발굴·조정, 수돗물 이용 활성화 교육, 재원 조달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시민이 참여하고 평가하는 수질 감시 체계는 수돗물 시민평가단으로도 이어진다. 이달부터 연말까지 운영되는 120명의 시민평가단과 대학생 서포터즈 30명은 수돗물 안심 확인제, 민원서비스 등을 모니터링한다.

법정 기구인 수돗물평가위원회 또한 조례 개정으로 위원이 10명에서 15명으로 늘어났고, 공개모집을 거쳐 시민 2명이 참여한다.

수돗물 수질 평가도 투명해진다. 상수도본부는 부평·남동·공촌·수산 등 4개 정수장 수질 정보를 시 홈페이지와 옥외 전광판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데, 다음 달 중으로 수질 측정기가 설치되는 배수지까지 범위가 확대된다. 24시간 측정된 수질 정보를 인터넷·모바일 등으로 제공하는 '실시간 동네 수질 정보공개시스템'도 구축되고 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또 지난 5년간의 수질검사 결과 3만2000건을 분석해 법정 수질 기준보다 높은 인천형 수돗물 평가 지표를 만들었다. 개선된 지표로 평가된 결과도 시민에게 공개된다.

 

▲전문성·신속성 높여 체질 개선

환경부는 지난해 6월 조사 결과에서 “적수 발생의 직접적 원인은 무리한 수계전환”이라고 밝혔다. 수계전환 과정에서 준비가 부실했고, 초동대처도 미흡했다는 것이다.

상수도사업본부는 혁신과제를 이행하며 위기관리 대응 체계의 우선 과제로 수계전환 매뉴얼 정비에 나섰다. 관계기관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지난 3월 제정된 매뉴얼에는 수질 모니터링을 통한 4단계 위기 상황별 대응 기준이 담겼다. 수계전환 15일 전부터 시민에게 홍보하는 지침도 마련됐다.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지적된 상수도본부 조직도 개편된다. 상수도 혁신위원회에서 제시한 과제를 바탕으로 수질안전부가 신설되고, 수질을 책임지는 현장대응전담팀도 수도사업소별로 배치된다. 수질연구소는 관망 관리, 연구 기능을 강화한 맑은물연구소로 재편됐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올 초 정기인사에선 8개 직위에 14명이었던 전문직위를 25개 직위, 47명(전문관 34명)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박 본부장은 “수돗물 혁신까지는 아직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면서도 “상수도사업본부와 미추홀참물에 대한 신뢰 회복을 목표로 시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