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주도해온 디트로이트의 시립미술관은 헨리 포드와 지역유지의 후원으로 미국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등극했다. 신문사에 근무하고 있을 때 미국 정부 초청으로 뉴욕이나 워싱턴 이외의 도시들에 있는 미술관을 관람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보스턴, 볼티모어, 디트로이트 같은 지방 도시의 미술관들도 규모나 소장품의 수준이 세계적이었기 때문이다. ▶클리블랜드 미술관에는 연세대 의대를 설립한 세브란스 가족들이 기증한 미술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20세기 초 미국에서는 일반 시민들도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각 지역의 부호들이 주로 유럽에서 미술품을 구입해와서 미술관에 기증함으로써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었다. 부유한 보수층들은 그들의 재산으로 미술관을 만들기도 했다. ▶2013년 자동차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고 포드나 GM 같은 회사들의 조립라인의 일부가 디트로이트를 떠나게 되자 시 재정이 어려워져서 파산선고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때 채권자 쪽에서는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경매를 통해 일부 처분하라는 제의를 했고 경매회사 크리스티는 작품들을 총 40억 달러로 평가했다. 그러나 미술관 후원회와 채권자들 그리고 디트로이트시 당국과의 협상에 따라 작품 경매는 피할 수 있었다. ▶유럽 각국의 미술관이나 박물관들도 문화예산이 매년 삭감되면서 유물구입비는 물론 운영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기념품 코너를 확대하고 미술관내에 고급식당을 유치해 수입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소장품을 경매시장에 내놓은 경우가 근년들어 잦아지고 있다. 독일 뮌스터 미술관도 헨리 무어의 조각 작품과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작품을, 포르투갈의 리스본 미술관에서도 후앙 미로의 작품들을 내놓았다. ▶간송미술관은 특별히 의미가 있는 미술관이다. 필자는 서울 성북동에 있는 간송미술관에 갈때마다 우리의 예술품들을 아끼고 하나라도 나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느라 재산과 신명을 모두 바친 전형필(1906~1962) 선생의 일생에 걸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에 머리가 숙여졌다. 3대째 내려온 간송미술관을 통해서 우리는 국보급 문화재들을 감상하면서 진정한 애국과 보수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간송에서 경매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금동불상 2점을 독립된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간송 같은 분이 소장했으면 좋겠다.

 

언론인 신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