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비리에 정의연 활동까지 매도해선 안돼
▲ 質(질)은 바탕이 좋은 솥(貝/鼎)에 두 자루 도끼( 은)로 글을 새기는 것. /그림=소헌

 

“정대협은 공장에 갔다 온 (정신대)할머니들로 해야 하는데, 생명을 걸어 놓고 끌려갔다 온 위안부를 이용하고 팔아먹었다. 성노예라고도 하지 말라.” 며칠 전 있었던 이용수 할머니의 회견은 일제의 잔혹한 실체를 파헤치고 할머니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애쓴 모든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위안왜곡(慰安歪曲) 위안부 또는 종군위안부는 ‘위로하고 안심시키는 여성’으로 일제에 의해서 만들어진 왜곡된 말이다. 한국, 중국, 필리핀 등에서 일본군의 성욕 해결을 위하여 강제로 동원된 _여성들을 말한다. _정신挺身이란 ‘앞장서 나아가는’ 것으로서 종군기자의 ‘從軍’처럼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정신대(隊)는 그러한 군대인 것이다. 근로정신대勤勞挺身隊란 일제에 강제 징용되어 군수공장과 방직공장에서 노동하던 여성들이다. _그렇지만 공장에서 일만 한 것이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그 호칭도 정신대, 위안부, _정신위안부, 종군위안부, 한일위안부 등 개념 없이 불리게 되었다. 1991년 8월14일 故 김학순 할머니의 첫 증언 이후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는 ‘일본군 성노예’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이용수 할머니는 속이 꽤 상하셨나 보다.

 

 

本 본 [뿌리 / 근본 / 본보기]

 

①木(목)은 처음 만들었을 때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글자 중 하나다. 나무의 뿌리와 기둥과 가지 모양 그대로다.

②本(근본 본)은 좀 더 구체적으로 땅 속에 있는 뿌리(一)를 표시하였다.

③옛 글자는 _/_(본)이다. 보이지 않는 땅 속의 뿌리가 튼실해야 함을 강조했다. 마치 듬직한 주춧돌(口+口+口)을 연상하게 한다. 바람에 흔들릴 수가 없다.

 

質 질 [바탕 / 꾸미지 않음]

 

①원래 자루의 날이 가로로 서 있는 ‘자귀’를 뜻했던 斤(근)은 ‘도끼’를 포함하여 부른다. 하지만 문장에서는 ‘도끼로 베다’와 ‘무게 단위’로 쓰며, ‘도끼’라고 표현할 때에는 斧(도끼 부)를 주로 사용한다.

②도끼 두 개를 합친 모탕(_은)이란 나무를 패거나 자를 때 밑에 받쳐 놓는 나무토막을 말한다. 땔감이 많아 도끼질을 제대로 하려면 꼭 필요하다.

③貝(조개 패)는 화폐로서 재물이나 패물을 뜻한다. 때로는 月(월)의 변형으로 쓰며, 권력을 상징하는 鼎(솥 정)의 생략형으로 쓰기도 한다.

④質(질)은 바탕이 좋은 솥(貝/鼎)에 두 자루 도끼(_은)로 글을 새기는 것이다. 그것은 정권의 상징인 솥에 새기는 법률이므로 국가를 다스리는 本質이 되는 것이다.

⑤質(질)은 본래 바탕으로서 꾸미지 않은 본연의 성질이며 순수하고 진실한 상태를 뜻한다.

 

 

 

정의연의 본질은 구호단체가 아니라 인권을 유린한 일제의 만행을 알리고 진심어린 사죄를 끌어내는 데 있다. 개인의 비리와 범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행여 정의기억연대를 비롯한 친일청산을 향한 시민활동을 매도할 수는 없다. 자칫 ‘일본군 성노예’가 이영훈 등 수탈종족주의자들과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할머니들이 돈을 벌기 위한 ‘자발적인 성 노동자’로 탈바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의연이 이뤄온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는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의 뜻에 동감한다. 진보된 민중운동으로 야무지고 올차게 나아가자.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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