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인권센터, 고용차별·종교제한 등 11개 운영규정 개선 권고

경기도 인권센터가 도내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단체행동 금지 등 시설 종사자의 표현 자유를 침해하는 규정, 특정 종교 등으로 제한된 고용차별 규정 등 11개 인권침해 운영규정에 대해 개선을 권고했다.

27일 도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25일 경기도 인권보호관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개선안을 의결했다.

의결에 앞서 도인권센터는 지난해 장애인 복지시설에 대한 시범 모니터링 과정에서 시설 운영규정에 유사한 인권침해요소가 있음을 발견하고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장애인 거주시설, 자립지원시설, 노인요양시설, 아동보호시설 등 6개 사회복지시설의 운영규정을 대표로 검토했다.

우선 시설 내 집회·시위 등 단체행동을 금지한 규정, 문서·전단 같은 유인물의 배포·게시를 금지한 규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 규정의 삭제를 권고했다.

종사자의 '선동' 행위를 징계하는 규정은 징계권자에 의한 자의적 해석과 적용이 가능해 시설 종사자의 표현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또 선동 행위를 보고도 방임한 경우 행위자에 준해 징계하도록 한 규정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사회복지시설의 인사 관련 규정에도 고용차별 요소를 다수 발견해 이 역시 관련 규정의 삭제를 권고했다.

종사자의 결격사유 가운데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은 경제적 상황을 이유로, 채용 시 직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게 하는 것은 혼인 여부·가족형태·상황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로 규정했다. 또 시설 종사자의 자격을 특정 종교인으로 제한하거나, '노사문제로 인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경우'를 직권면직의 사유로 둔 규정 역시 평등권 침해로 판단해 삭제 권고를 했다.

복무와 관련된 내용 중에서는 연가를 2일 이상 연속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거나 장기휴가가 포함된 월에는 연가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규정, 월요일 등 특정 요일에 연가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규정 등을 삭제하고 노동자가 희망하는 시기에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조기 출근이나 야근 등의 규정을 둘 경우에는 초과 노동시간이 유급 노동시간임을 명시하도록 했다.

이외에 시설 종사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성희롱 예방 및 구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구제, 개인정보 보호 등에 관한 규정은 신설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도는 6개 시설을 포함한 모든 시설에 이 같은 권고를 한 뒤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도인권센터의 권고는 2개월 이내에 이행해야 한다.

허선행 도인권센터장은 “운영규정 인권개선 권고는 시설 운영자가 운영규정을 통해 종사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밝힌 것”이라며 “모니터링한 시설 외에도 대부분의 시설이 비슷한 운영규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이번 인권개선 권고를 계기로 각 시설이 운영규정 전반을 점검해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도인권센터는 도와 산하 행정기관, 공공기관, 도의 사무 위탁기관, 도 지원을 받는 복지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와 차별에 대해 인권상담 및 조사 등 인권침해 구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