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오후 3시 변경이후
근로자 만족도 96% 긍정 평가

출근시간대 불법·경적 차량들
늦게 치운다고 소리치는 시민
골목길 공사 등 새로운 고충도


“이제 법적으로 새벽 없는 노동을 보장받고 있는 만큼, 시민들의 시선과 의식에도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5일 오전 5시 수원시 권선동 수원중앙병원. 다소 이른 시간으로 어두운 가운데 병원과 쓰레기 수거 차량 1대가 거리를 밝게 비췄다.

차 안에는 작업복과 안전모,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한 세 명의 청소 노동자가 탑승해 있었다. 수원지역은 지난 1월 1일부터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주간 근무제를 시행한 곳이다.

기존 오전 3시부터 낮 12시까지인 근무 시간을 오전 6시에서 오후 3시로 변경한 것이다. 하절기엔 오전 5시부터 오후 2시까지 탄력적으로 근무를 한다. 덕분에 청소 노동자들은 가족과 여가를 보내는 등 삶의 질이 높아졌다.

실제 시가 지난달 1일부터 3일까지 청소대행업체 근로자 515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도 진행하자 '아주 좋음' 193명, '좋음' 241명 '보통' 63명 등으로 96.5%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피로도 감소'에 280명, '저녁 시간 활용 가능'에 266명, '위험 감소'에 220명이 장점이 있다고도 답했다.

하지만 청소 노동자들의 마음이 마냥 편한 건 아니다. 다른 문제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날 이들이 탑승한 차량은 병원 주위의 넓은 도로에서 5m에서 10m를 간격으로 멈춰 섰다. 곳곳에 놓인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서다.

쓰레기를 본 운전자는 쓰레기를 뒤편에 두고 정차했고, 차량 뒤쪽에 매달린 두 명의 청소 노동자는 재빠르게 몸을 움직이며 수거했다.

방식에 대해 기자가 질문하자, 차량 운전자 정모(40)씨는 “출근 시간이 다가온다”며 조급해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불법으로 주정차해두는 차량을 앞에 두고, 출근하는 차량은 뒤에 따라붙어 곤란한 경우가 많다는 이유다. 최악의 경우는 경적을 울리며 비키라는 운전자도 맞닥뜨린다.

이후 골목길에 들어서자, 한 명의 청소 노동자는 차량을 앞질러 쓰레기들을 곳곳에 모아놓기 시작했다. 다른 청소 노동자는 차량 뒤에 매달린 채 모아놓은 쓰레기들을 수거했다.

이를 본 한 시민은 청소 노동자를 향해 소리쳤다. 빨리빨리 수거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청소 노동자는 죄송하다는 소리와 함께 얼른 치우겠다는 소리를 거듭했다.

정씨는 “주간근무로 전환되면서 전날 가족들과 저녁을 같이 먹고, 잠도 보통 사람들과 비슷한 시간대에 잘 수 있어서 좋다”라며 “우리의 일을 보고 쓰레기를 방치하고 있다며 지적할 때는 얼른 치우겠다며 죄송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좁은 골목길 곳곳의 공사 현장 역시 난관이다.

공사 현장엔 커다란 공사 차량이 정차해 있어 그에 맞먹는 쓰레기 수거 차량이 통행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공사 작업이 이뤄지면, 거리까지 통제하기 때문에 쓰레기 수거 차량은 멀리 돌아가야 한다.

정씨는 “일부 몇몇 주민 때문에 이전 새벽 근무보다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 시간이 흘러 시민들의 인식이 개선됐으면 하는 마음뿐이다”라고 호소했다.

/글 ·사진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경기도내 지자체 속속 시행…시민의식 뒷받침돼야

수원 등 17곳 '새벽 청소노동 폐지'

 

경기도내 지자체들이 '새벽 청소노동 폐지'에 속속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수거 문화는 제자리걸음이어서 노동자들의 다른 고충을 낳고 있다.

25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2018년 청소 노동자의 작업환경 개선 및 안전기준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개선대책을 추진했다.

청소 노동자들에게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면서 청소 노동자들의 인권을 공론화하기 위해서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마련했는데, 생활폐기물 수집 및 운반 관련 안전기준의 경우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도입하는 것으로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다.

이에 도내 지자체들은 청소 노동자들의 근무 시간을 주간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현재까지 수원·안양·오산·안성·의왕·의정부·양주·포천·동두천·광주·하남·부천·화성·안산·시흥·광명·연천 등 17개 지자체가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근무 시간을 변경했다.

시간 변동 덕에 긍정적인 효과가 많지만,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아 아쉬움도 남기고 있다.

근무가 주간으로 바뀌면서 출근 차량과 수거 시간이 겹쳐 효율이 종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쓰레기 배출 시간마저 준수하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청소 노동자들을 위해 주간근무를 도입한 수원시의 경우 배출 시간도 오후 8시부터 오전 5시로 변경했지만, 준수하지 않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음식점 밀집 지역 쓰레기 수거지연, 일방통행로 및 구도심에서 쓰레기 수거 차량으로 인한 정체 등 민원도 종종 등장한다.

청소 노동자 정(40)씨는 “새벽 노동이 없어졌지만, 작업환경은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며 “제도 마련도 좋지만, 여기에 시민들의 의식이 뒷받침돼야만 한다”고 토로했다.

아직 새벽 근무를 유지하고 있는 지자체들이 내미는 이유도 이런 부분이다.

도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청소 노동자들을 위한 주간근무 전환은 방향 상 옳기에 확산할 전망이다”라며 “시민의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